법사위 움켜쥔 野 '속도전'…與, 특위로 맞대응 나섰지만 실효성 ‘물음표’

이도영 2024. 6. 1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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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세제개편·재난안전·노동·교육개혁 특위 가동
사흘 연속 의총에 당내서도 “의미 없다” 지적
野, 채해병 특검법 22대 법사위 첫 안건으로

[이데일리 이도영 김범준 기자] 국민의힘은 12일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맞서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며 당내 15개 민생 관련 특별위원회를 본격 가동했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단독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해병 특검법)’을 첫 안건으로 다루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22대 국회 초반부터 상임위 배분을 둘러싼 양당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국회 파행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임계를 제출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與 의총은 사흘째 빈손…임시조직 특위는 실효성 의문

국민의힘은 이날 △재난안전특위 △노동특위 △교육개혁특위 △재정·세제개편특위 등 4개의 특위를 동시에 출범시키며 첫 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 중 총 15개 특위를 모두 띄운다는 방침이다.

이날 재난안전특위에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마찬가지로 오물 풍선 도발에 대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정·세제개편특위에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 방안이 거론됐으나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여소야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으나, 당내에서도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의 특위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상임위와 달리 입법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외교·안보특위는 국방부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북한 도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원내 사정상 일정을 취소하면서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특위 가동은 민생을 방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지 원 구성 등 국회 상황 대응 카드로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지난 10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오늘 의총에서도 의원들이 대응 방안을 제시하기보단 ‘민주당이 북한같이 한다’는 등 규탄 발언 수준이었다”고 개탄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금융투자 소득세(금투세)를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 및 배당·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 상향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 시 원시취득세 최대 50% 감면 등의 4가지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워크숍에서 발표한 ‘민생공감 531 법안’ 중 일부다. 다만 금투세 폐지는 민주당이 반대해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여야 합의 없이 진행되는 상임위에서 결정되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대통령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野, 법사위 강행…與 불참 ‘반쪽 회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이날 법사위에서 채해병 특검법을 첫 안건으로 다뤘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일방적인 원 구성에 반발하며 회의에 불참하면서, 이날 회의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정부 측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불참했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유일하게 출석했다.

이날 법사위가 상정한 채해병 특검법은 심사를 위해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로 넘기기로 했다. 다만 법안소위 구성 전이라 오는 14일 개별 소위원장과 위원들을 선임한 뒤 법안을 회부할 계획이다. 정청래 신임 법사위원장은 이날 첫 의사봉을 잡고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토론하고 종결하고 의결하고 법사위 안으로 본회의에 회부를 해도 법률적으로 하자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사위는 오는 14일 오전 11시에 △법무부 △헌법재판소 △감사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원행정처 △군사법원 등 총 6개 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기관 주요 관계자들의 법사위 출석과 자료 제출도 요구했다.

법사위를 확보한 야권은 이번 국회에서 각종 특별검사법과 민생 법안 등 각 상임위원회에서 다루는 주요 법안들을 신속하게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법률 제정안은 통상 관례상 20일의 숙려 기간을 거치지만, 법사위를 움켜쥔 민주당은 주요 쟁점 법안의 경우 사안의 시급성을 내세우며 숙려 기간 없이 곧장 본회의로 상정해 거야(巨野) 단독으로 줄줄이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검찰·사법 개혁 명분으로 ‘판사 선출제’와 ‘검사 기피제’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대북송금 특검법’ 등도 민주당에서 함께 추진하면서 모두 법사위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이도영 (ars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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