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유럽 극우 득세까지…바이든 구축 동맹 네트워크 흔들

박성민 2024. 6. 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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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서방 동맹 구심점 역할 해왔지만, 극우·독재자 재등장 직면"
바이든, 동맹국 정상 입지 불안 속 G7 참석…'유럽 극우·트럼프' 안팎 시험대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 참석한 미·우크라 정상 (노르망디 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6일(현지시간) 프랑스 북서부 생로랑쉬르메르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서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주요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다. 2024.06.07 passion@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최근 마무리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세력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들여온 동맹 강화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동맹 네트워크 강화에 보조를 맞춰온 동맹국 대다수 정상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로워진 탓이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전통적 동맹을 경시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외부 악재를 추가로 만난 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13∼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동남부 풀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서방 동맹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무대에서 연합을 구축하는 역할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재선가도에서 극우 세력과 독재자 망령의 재등장으로 인해 안팎으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 방어의 핵심인 서방 동맹을 결속하는 바이든의 능력이 G7 회의에서 최우선적으로 조명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특히 이번 G7 정상회의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재선을 위해 뛰는 동시에 민주주의와 동맹 간 협력을 증진하고자 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매우 위험한 시기에 열리는 점에 주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특히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약진한 상황에서 무역이나 이민에 대해 높은 장벽을 쌓고 국제 관계에서도 '거래'를 강조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내 지향적(국수적) 행보가 바이든 대통령의 대내외 정책에 도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지리경제학 센터의 조시 립스키 수석 국장은 이번 G7 정상회의에 대해 "상황이 크게 변하기 전에 뭔가 큰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과 다른 G7 정상들이 불만족스러워하는 유권자들에 대응하느라 부심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일부 유권자들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무장한 '독재자 정치인'들을 열망한다고 진단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 참석한 美佛 정상 (콜빌쉬르메르[프랑스 노르망디]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콜빌쉬르메르 미군 묘지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2024.06.07 passion@yna.co.kr

이번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정권 탈환에 성공, 세계 무대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유럽 주변으로 드리워지고 있는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 전쟁을 종식시켰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해왔다. 그는 미국의 막대한 대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한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돌풍을 일으킨 주역 중 하나인 프랑스 간판 극우인사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및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에 어깃장을 놓았던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 등을 극찬하는 등 전세계 극우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가져왔다고 WSJ은 짚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방위비 증액 등을 압박하며 대서양 동맹의 중심축인 나토내 유럽 동맹국들과 균열을 보여왔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로 G7 동맹국 지도자 일부는 어려움에 처한 상태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르네상스당이 RN에 참패하며 정치생명 최대 위기에 봉착하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강도 높은 승부수를 던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자신의 친정인 사회민주당(SPD)이 14%의 득표율에 그치면서 1887년 제국의회 선거 이래 전국단위 선거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유럽연합 회원국은 아니지만, 미국의 대표적 동맹국인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도 집권 보수당이 다음 달 4일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20%포인트 정도 뒤지면서 위험한 처지에 놓여 있고,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집권 자유당 역시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G7 정상회의 주최국인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만 예외인 상황이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강경 우파 성향의 이탈리아형제들(FdI)은 28.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 멜로니 총리는 연정 내 입지는 물론 유럽연합(EU) 내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동결된 러시아의 국유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재건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며, 이 방안이 합의될지가 이번 G7 정상회의의 최대 관심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전례 없는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가 군대를 재건할 수 있도록 수출을 통해 도운 중국에 맞서도록 동맹국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가자전쟁을 둘러싼 유럽과의 균열을 해소하는 것도 바이든 대통령의 숙제 가운데 하나다. 미국은 가자지구 민간인 참상에도 하마스 궤멸을 고집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방안에 찬성하고 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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