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 의무 주주까지 확대' 재계 반발에···이복현 "배임죄 면책 제도화 검토"
'충실의무 주주까지 확대' 개정안에
기업 "M&A 철회·경영위축 불가피"
李 "경영판단 원칙 법제화로 보완"
26일 세미나 열고 재계 의견 수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후진적 기업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법 개정을 추진하되 경영진 면책 요건을 제도화하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의 이익 보호’까지 확대할 경우 형사 처벌로 인한 경영 위축, 소송 남발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재계 반발을 고려해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 원장은 12일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세미나에서 상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경영 판단할 한 경우 민형사적으로 면책받을 수 있도록 ‘경영 판단 원칙’을 명시적으로 제도화하면 기업 경영에 큰 제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 판단 원칙은 이사가 권한 내 경영 사항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성실하게 회사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고 결정할 경우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은정 금감원 법무실 국장은 “경영 판단 원칙 법제화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소송 남발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형사상 배임죄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돼 기업 부담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도 일상적인 경영 활동 일환인 신규 투자,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등은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배주주가 개인회사를 통해 상장사와 거래를 하면서 이해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사회에 의무를 부여하는 만큼 경영 전략적 판단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주주가 배당을 더 달라고 소송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며 “상장사가 지배주주의 개인회사나 자녀 회사에 신규 투자하는 걸 문제 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는 모호성 등을 이유로 상법 개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상장사 153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상법이 개정되면 인수합병(M&A)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철회하겠다고 답변했다. ‘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될 것(61.3%·복수 응답)’ ‘기업이 장기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54.8%)’ ‘신속한 경영이 어려울 것(59.7%)’ 등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경영진의 어떤 의사 결정이 회사에는 이익이 되고 주주에는 손해가 되는지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김춘 한국상장사협의회 본부장은 “현행 상법도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 간 이해 상충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충실 의무는 의미가 모호해 이사의 행위 기준으로 작동하기 어려워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상법 개정과 관련된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상법 개정 필요성에 강하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정준호 민주당 의원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서 ‘회사’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변경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날 금감원도 지배주주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사례가 반복되는 만큼 현행 법체계에서는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인정하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에서는 충실 의무를 위반할 경우 주주가 직접 제소할 수 있고 영국 회사법도 이사가 주주 이익을 위해 주주와 회사를 공정하게 대우할 의무를 부여하는 만큼 글로벌 기준에 맞다고도 덧붙였다.
대신 금감원은 재계의 반발 등을 고려해 기업 측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세미나를 이달 26일 개최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세미나 주제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업 측 입장을 반영해 선정할 예정”이라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균형감 있는 공론화 과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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