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드론·전장 시뮬레이션···안보 첨병된 스타트업

김기혁 기자 2024. 6. 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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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첨단 협력' 잇따라
니어스랩 '안티드론' 기술 개발
지대공 순항미사일比 비용 절감
모라이 디지털 트윈 기술도 주목
◇실제 전장서도 디지털 접목
시프트다이나믹스 'AI 솔루션'
실시간 위치식별·추적 등 지원
링크플로우 '입는 카메라' 주목
◇기존 軍체계와 융합이 관건
방산 상용화 기간 비교적 길어
정부 차원서 지원 다각화 필요
[서울경제]

복잡다단해진 안보 위협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스타트업들의 다양한 혁신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군인의 안전을 지키는 무인화 기술부터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접목에 이르기까지 군 당국과 스타트업 간 협력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무인기 침투·GPS 전파교란·오물풍선 등 북한의 새로운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군이 첨단 기술로 무장할 것이란 얘기다.

12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AI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 가능한 방산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방위사업청은 방산혁신기업 10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해 국방 첨단전략산업 분야에서 20개 안팎의 벤처·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앞서 2022~2023년 2년 간 35곳이 뽑혔으며 올해부터 3년 간 나머지 65개사가 정해진다. 해당 사업에 선정되면 5년 간 방산 분야 종합 컨설팅·자금연구개발(R&D)·수출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우선 군에서 빠르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드론이다. 북한의 무인기 위협이 가시화하고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도 드론 활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군은 지난해 9월 드론 작전사령부를 창설하고 드론 전력을 2년 안에 2배 넘게 확충하기로 하는 등 전투 체계 운용에 드론을 활용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드론으로 드론을 제압하는 ‘안티드론’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원래 자율 비행 드론으로 풍력 발전소 안전 점검 등 사업을 하는 니어스랩은 최고 시속 250㎞로 상대방 드론에 충돌하는 안티드론 ‘카이든’을 직접 개발, 제작했다. 통상 드론 격추에 쓰이는 지대공 순항미사일 가격이 1억 원을 넘는 반면 드론 제작 비용은 수천만원 수준에 불과해 군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드론 군집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전개하는 파블로항공은 군 감시·정찰 무인항공기 부품의 국산화에 나섰다. 올 1월 방위사업청 출연기관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중고도 무인항공기 부품국산화 개발 지원사업’을 맡아 중고도 무인항공기용 대기자료시스템(ADS)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비행체의 대기 속도나 기압 고도 등을 측정해 항공기의 무인 운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존 사업을 하며 축적한 드론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시스템 개발을 수 년 내에 마쳐 군에 납품하는 것이 목표다.

군의 디지털 전환에도 정보기술(IT) 노하우를 가진 스타트업이 앞장서고 있다.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기업 모라이는 이달 육군사관학교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육사 교수와 생도들의 연구·학습 프로그램 개발 △첨단 국방기술 연구 및 공동과제 추진 △현장 실습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모라이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신뢰성 검증에 필요한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연구진이 2018년 설립한 기업으로 최근 늘어나는 군의 디지털 전환 수요를 보고 방위 산업에도 진출했다. 김주희 육군사관학교 산학협력단장은 “모라이와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현실 물체를 디지털 공간 속에서 똑같이 구현하는 것) 기술을 활용한 첨단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나아가 국방 연구개발(R&D) 발전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 전장에서도 디지털 솔루션 도입이 기대되고 있다. 방산 스타트업 시프트다이나믹스가 최근 선보인 신개념 무기체계 AI 통합 솔루션 ‘SAGE AI’은 △카메라와 라이다를 활용한 실시간 위치식별 △사물 인식 및 추적 등을 지원한다. 전장에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전투 효율성을 극대화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전투차량이나 장갑차, 전투함, 항공기 등 무기체계의 자동화 또는 무인화 실현에 기여할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참전 군인이 직접 쓸 수 있는 첨단 디지털 하드웨어도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제품이 목에 걸 수 있는 넥밴드 카메라로 링크플로우가 360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상용화했다. 이를 착용한 군인은 상황이 급박한 전장에서도 작전본부로부터 필요한 상황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

향후 관건은 다소 보수적인 군 체계에 새로운 기술이 제대로 흡수되는가에 달려 있다. 방산 분야는 다른 시장보다 보안 문제로 인해 실제 상용화까지 비교적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창업 초기 스타트업이 첨단 기술 도입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군 당국이 다각도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체계적인 국방데이터 구축·관리와 AI 기술의 국방 전 분야 확산을 담당하는 위원회를 이달 초 설치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무엇보다 기존 군 제도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새로운 기술이 잘 융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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