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적 잠수함 출현" 3분 만에 타격 준비 끝···전략 잠수함 '안무함' 타보니

부산=이현호 기자 2024. 6. 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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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BM탑재 3천t급 안무함 훈련 체험
적 출현 3분 만에 심해 100m 밑 잠항
전투배치 후 중어뢰 발사 적 신속히 격추
수중킬체인 ‘핵심전력’···최대속력 37km/h
수중서 은밀하게 기동하며 ‘SLBM’ 발사
11일 SLBM을 탑재한 3000톤급 잠수함 안무함 승조원이 적 잠수함 접촉 상황 부여에 따라 표적에 대한 어뢰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해군
[서울경제]

“함수 전방에 적 잠수함 출현, 비상! 긴급 어뢰 공격!” 해군의 최신형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급 ‘안무함’에서 갑자기 비상경보가 발령됐다. 잠수함 함교에 설치된 둥근 막대 모양의 잠망경만 물 밖으로 내밀고 조용히 움직이던 중 긴급한 무전이 오갔다. 부산 해군기지에서 10㎞가량 수중으로 이동하던 중 수중음파탐지체계(SONAR·소나)가 적 잠수함을 포착한 것이다.

붉은빛이 감도는 잠수함 내부에 긴박감이 흐르던 순간 승조원들은 전광석화처럼 정해진 각자의 위치로 움직이고 긴급한 외침이 가득했다. 지휘관의 명령과 함께 길이 83m의 잠수함 선체가 육중한 소리를 내더니 앞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잠항을 위해 22도가량 앞으로 기울어져 빠르게 바다 밑으로 내려갔다. 안전바를 잡아야 할 정도로 몸이 기울자 공포가 급습했다.

11일 SLBM을 탑재한 3000톤급 잠수함 안무함 승조원이 적 수상함 공격 훈련 중 긴급 잠항을 위해 타기를 조종하고 있다. 사진 제공=해군

잠수함을 운전하는 조타 부사관이 심해로 잠수함을 몰며 “50m, 100m 목표 심도 잡기 끝”이라고 외쳤다. 3분도 안 돼 잠수함은 해저 100m 밑으로 내려가는 기민함을 보였다.

그 순간 또 한 차례 긴급 보고가 무전기를 타고 흘렀다. “긴급 어뢰 발사 준비!” 수중에서 안무함의 ‘소나’를 운영하는 음탐 부사관들이 음향 센서를 이용, 전방의 적 잠수함 위치를 식별해 은밀하게 다가가 어뢰를 쏘기 위한 준비를 마친다.

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무장관이 국산 중어뢰 발사 버튼을 눌렀다. 잠수함 음향 센서에 의해 적 잠수함을 일격에 명중시킨 어뢰 폭음이 감지되자 각종 전자 센서를 활용해 적 잠수함이 격침된 것을 최종 확인했다.

그러나 끝난 것은 아니다. 적 잠수함 격침 후 근처 해역에서 경비 임무 중인 적 수상함이 고속으로 안무함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를 인지한 안무함장은 긴급 잠항 지시를 내리고 신속하게 깊은 심도로 위치를 옮겼다. 심도 변경을 마친 안무함은 적 수상함을 공격하기 위해 어뢰를 무장 발사관에 재장전했다.

11일 SLBM을 탑재한 3000톤급 잠수함 안무함이 적 잠수함 및 수상함 공격 훈련을 위해 출항하고 있다. 사진 제공=해군

이후 잠망경 심도로 재진입 후 표적을 정밀하게 확인하고 다시 잠항하면서 소나를 송신해 어뢰 발사 준비를 마친다. 함장의 지시가 있자 곧바로 적 수상함을 목표로 어뢰를 발사해 격추시켰다. 일촉즉발의 순간 선제공격으로 방어와 동시에 공격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안무함은 이어 적의 육상에 있는 핵심 표적에 대한 타격 임무에 돌입했다. 수중에서 은밀히 기동하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다. SLBM은 적 전략 목표 지역을 정확히 타격해 훈련은 마침내 성공적으로 종료됐다.

적 발견 후 신속한 잠항부터 무장 버튼 발사, 회피를 위한 긴급 잠항까지 긴박감 넘치는 모든 상황에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은 가상의 적을 두고 펼친 SLBM이 탑재된 최신형 3000톤급 전략 잠수함의 실전 훈련이다. 훈련을 지휘한 안건영 안무함장(대령)은 “승조원 모두가 최고도의 전투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적이 도발하면 수중에서 즉각,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해 적을 격멸하겠다”고 말했다.

11일 SLBM을 탑재한 3000톤급 잠수함 안무함 승조원이 적 잠수함 공격 훈련 중 음탐기를 운용하며 적 잠수함 위치를 탐색하고 있다. 사진 제공=해군

안무함은 전쟁 억제와 보복 능력을 갖춰 존재만으로도 적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는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이다. 안무함은 북한 잠수함에 대해 추적 및 공격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적의 공격으로 육상 기지나 군 공항이 제한되는 경우 수중 킬체인의 핵심 전력답게 SLBM을 탑재하고 은밀하고 기민하게 접근해 적 핵심 표적을 신속하게 타격할 수 있다.

안무함은 3000톤급 규모로 수중 최대 속력은 20kts(37㎞/h) 이상, 탑승 인원은 50여 명으로 4명의 여군 승조원도 근무 중이다. 손원일급 잠수함 대비 2배 정도 커졌고 수중 잠항 기간도 늘어났다. 안무함은 지난해 4월 한화오션이 성공적으로 해군에 인도한 3000톤급 장고보-III 배치-II 2번함이다.

현재 3000톤급 이상 잠수함을 운용 중인 국가는 미국과 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일본·호주·인도 등 8개국 정도다.

부산=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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