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녹조 덜한 가을에 조사하곤 “독소 불검출”
작년 9~10월 조사로만 발표하고 추가용역 안 맡겨
전문가 “녹조 없는 시기 조사하면 불검출이 당연”
환경부가 낙동강 지역 수돗물과 공기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된다는 환경단체 지적에 따라 한국물환경학회에 맡겨 수행한 수돗물·공기 분석에서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분석은 녹조가 번성하는 시기를 넘겨 지난 가을 대청호와 낙동강 지역 13개 지점에서 단 1회씩 채취한 시료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환경단체 쪽에선 “윤석열 정부의 상습적 녹조 꼼수”, “정권 입맛에 따라 환경과학을 오염시킨 대한민국 환경사의 치욕”이란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환경부는 12일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물환경학회 주관으로 대청호 수계의 대전 송촌 정수장,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 앞 낙동강 등 13개 검사 지점의 수돗물과 공기에서 조류독소를 정밀 분석한 결과, 모든 지점에서 녹조 독소가 불검출(정량한계 미만)됐다고 밝혔다. 이 분석 결과에 김종률 환경부 물환경정책관은 “이번 종합적인 검증을 통해 수돗물과 공기 중에서 조류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2022년 여름 부산, 대구 등 낙동강 물을 상수원으로 하는 지역의 수돗물은 물론 강 주변 공원과 주택가의 공기 중에서도 발암성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해에는 경남 양산과 창원 등 낙동강 주변 지역과 영주댐 인근 마을 등 40여개 지점에서 공기를 포집·분석해 녹조 독소를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환경단체는 이런 검출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부에 녹조 독소 발생 원인을 제공하는 보 철거를 요구했다. 낙동강에서는 과거에도 녹조가 발생했으나,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보 설치 등으로 녹조 발생이 확대되고 심해졌다는 분석 결과(‘낙동강수계 녹조 우심 지역 조류 발생 및 거동 특성 정밀조사 연구’, 한양대 산학협력단)도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 분석에서는 녹조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검증해보겠다며 물환경학회에 용역을 맡겼다. 하지만 용역 계약이 늦게 이뤄지면서 학회의 분석은 출발부터 한계가 있었다.
환경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곳이 낙동강이었지만 수돗물 분석 시료는 대청호 수계 정수장 2곳에서 채취했다. 분석 용역이 시작된 지난해 9월 당시 낙동강에 녹조가 거의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공기 중 시료는 대청호 3개 지점 외에 낙동강 8개 지점에서도 포집했다. 하지만 포집 작업은 녹조 번성기인 여름을 지나 가을 접어든 지난해 10월에 지점별로 단 하루씩 이뤄졌을 뿐이다. 이 분석 결과로 낙동강에 녹조가 번성할 때의 조류 독소 발생 유무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녹조 독소 조사 결과는 조사 지점과 시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경단체의 낙동강 공기 중 녹조 독소 분석을 수행한 이승준 부경대 교수는 “녹조 독소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입자) 조사는 조사 일시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보통 녹조가 많이 발생할 때 에어로졸도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때 조사를 많이 하는데, 녹조가 없는 시기에 조사를 하면 당연히 검출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환경부가 녹조 발생 현황을 보면서 올해와 내년까지 조사를 해서 발표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물환경학회 조사를 총괄한 박준홍 연세대 교수는 시료 채취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에 “(시료 채취) 얘기가 된 것은 8월부터지만 환경부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계약이 전반적으로 좀 늦어져 그렇다”며 “그래서 연구 과제(제출물)에 올해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썼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녹조 독소는) 수돗물에선 기준치도 명확하지만 에어로졸의 경우엔 조사하고 관리하는 방법도 정립돼 있는게 없어 한 번의 연구 용역으로 정답을 낼 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회의 이번 분석에서 검출되지 않은 사실이 낙동강에 조류 독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학회 쪽 희망에도 불구하고 환경부 용역으로 하는 학회 차원의 중립적 녹조 독소 후속 연구는 올해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물환경학회에 맡긴 용역은 지난해 (한해만 하는) 단년도 용역으로 마치고, 올해는 환경과학원에서 자체적으로 계속 감시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지만, 환경부가 녹조 독소의 유해성을 극단적으로 평가절하했던 전문가에게 과제를 수행시키고 세부 보고서는 공개하지도 않고 있다”며 “이것이 환경부가 강조하는 ‘종합적 검증’의 민낯”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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