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내륙서 못보던 강력한 지진…충청-전라는 단층 조사조차 안돼

김예윤 기자 2024. 6. 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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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8시 26분경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km 지역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2016년 경주 지진 당시 규모 5.1의 지진이 본진인 줄 알았으나 수시간 후 규모 5.8의 더 큰 지진이 발생했다. 같은해 일본 구마모토 지진도 규모 6 수준이 본진이라고 생각했으나 하루만에 규모 7의 지진이 이어졌다"며 "해당 지진으로 인해 옆에서 그동안 힘이 쌓인 단층들이 자극을 받아 또다른 지진이 발생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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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 규모 4.8 지진
전북특별자치도 부안지역에서 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12일 전북자치도 부안군 계화면 한 중학교 담벼락에 금이 가 있다. 2024.6.12/뉴스1 ⓒ News1
그동안 한반도에서도 호남권은 상대적으로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안전지대’로 여겨졌다. 지진 계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규모 4.0 이상의 지진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2010년 이후 경북 경주시와 포항시 등에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했지만 호남권에선 2015년 12월 전북 익산시에서 발생한 규모 3.9의 지진이 역대 최대일 정도로 잠잠한 편이었다.

그런데 12일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규모 4.8의 지진은 한반도와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16번째, 남한 내륙에선 6번째를 기록할 정도로 강력했다. 내륙 지진으로는 2017년 11월 포항(규모 5.4)에 이어 7년 만에 최대였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전역에서 언제든 강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숨은 단층 조사를 서두르고 지진 대비를 한층 강화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단층이 수평으로 움직여 제한적 피해

지진은 땅 속에 오랜 기간 누적된 응력(에너지)이 방출되면서 지하 단층이 엇갈리거나 충돌해 발생한다. 이때 생긴 진동과 충격파로 지표면이 흔들리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단층이 양 쪽으로 당겨지며 어긋나는 경우 정단층, 정면으로 부딪치는 경우 역단층, 평행한 상태에서 다른 방향으로 엇갈리며 마찰을 빚는 경우 주향이동단층이 생긴다”며 “이번 지진은 주향이동단층 충돌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주향이동단층 충돌의 경우 단층이 수평으로 움직이는 만큼 단층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정·역단층보다는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이번 지진이 구체적으로 어느 단층에서 발생한 것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해당 지역에 정보가 파악된 단층이 없다. 정확한 조사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부안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음료수가 쏟아져 있다. 2024.6.12. 전북소방 제공

전문가 의견도 갈린다. 최진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재해연구본부장은 “지질도 및 관측기 초동 분석 결과 함열단층 또는 이와 유사한 방향의 단층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함열단층의 경우 진앙과 20km 가량 떨어져 있어 관련이 없을 것이란 반론도 반만치 않다. 일부 전문가는 강원 태백부터 호남 서해안까지 이어지는 ‘옥천대’에 속한 알려지지 않은 단층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여진은 앞으로도 최소 2, 3일은 이어질 전망이다. 더 큰 지진이 올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해당 지진이 근처에 있는 다른 단층을 자극해 또다른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2016년 경주에서도 규모 5.1 지진이 발생한 수시간 후 규모 5.8 지진이 온 적 있다”고 했다.


●“호남권 단층 조사 서둘러야”

정부는 2016, 2017년 경주와 포항에서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자 이를 계기로 2018년 한반도 단층 연구에 착수했다. 경주 지진 당시 23명이 부상을 당했고, 포항 지진 때는 1명이 사망하고 117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두 지진 모두 기존에 지표면상에서는 보고된 적 없는 숨은 단층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상청과 행정안전부는 2036년까지 총 20년간 5단계에 걸쳐 국내 활성단층 지도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호남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져 조사 순서가 후순위로 밀렸다. 정부는 2018~2021년 지진이 발생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수도권과 원전이 있음에도 잦은 지진이 발생한 영남권을 대상으로 활성단층 조사를 진행했다. 현재는 강원권(2022~2026년)을 대상으로 조사 중이며 이후 충남권(2027~2031년) 조사가 진행된다. 호남권 조사는 2032~2036년으로 가장 마지막에 진행된다.

홍 교수는 “최근 한반도에는 지표면에선 확인하기 어려운 숨은 단층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숨은 단층들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 뚜렷한 증후도 보이지 않아 사전에 인지하기 어렵다”며 “선제적인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과거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만큼 지진 발생시 대피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현재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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