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KT AI반도체 투자사 합병 추진 왜?…"AI 시장 속도전, 골든타임 지날라"(종합)

심지혜 기자 2024. 6. 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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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온·리벨리온 합병 추진…경영은 리벨리온이 담당
경쟁 관계지만 AI반도체 경쟁력 확보 위해 뜻 모아
KT도 적극 찬성…"AI 기술 주권 확보 위해 합병 필요"


[서울=뉴시스] 사피온 모기업인 SK텔레콤은 리벨리온과 3분기 중에 합병을 위한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하고 연내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사진 위쪽부터 사피온, 리벨리온 CI (사진=각 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 힘을 합친다. 리벨리온은 KT가 투자한 곳으로 SK텔레콤과는 통신시장에선 경쟁 관계지만 국내 AI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뜻을 같이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로 그 기반이 되는 AI반도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글로벌 AI인프라 전쟁에 나설 국가대표 기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 간 합병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사피온과 리벨리온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각사에 투자한 SK텔레콤과 KT도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관계다. 하지만 급격하게 성장하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개전투보다 국가대표 기업을 만드는 게 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韓 최대 AI반도체 기업 출범…엔비디아 독주체제에 도전

SK 투자 사피온 + KT 투자 리벨리온 뜻 모아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류수정 사피온 대표가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테크 서밋 2023' 에서 AI 반도체 'X330' 출시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1.16. yesphoto@newsis.com
AI 반도체 수요는 챗GPT 등 생성형 AI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급증하는 상황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53억 달러(20조 4300억원)에서 올해 약 428억 달러(57조1600억원)로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나아가 3년 뒤에는 3배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7년에 AI 반도체 시장이 1194억 달러(155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이 시장은 엔비디아 독주 체제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반도체 역할을 하고 있는데 서버에 탑재되는 GPU의 약 90%가 엔비디아 제품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 독점 체제에 맞서기 위해 AI반도체 전쟁에 발빠르게 나서는 상황이다.

SK텔레콤과 리벨리온 역시 이같은 경쟁 체제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합병이라는 대승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SK텔레콤와 리벨리온은 향후 2~3년을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합병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다. 실사와 주주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3분기 중 합병을 위한 본 계약 체결을 마무리하고 연내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이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벨리온이 합병법인의 경영을 맡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전략적 투자자로 합병법인의 글로벌 AI반도체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합병법인 대표는 박성현 대표가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피온과 리벨리온은 각 사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갖고 통합법인 출범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AI반도체 경쟁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인력 확보가 중요한데 이번 합병으로 관련 인재를 대거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각 사 경영진들이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규모 있는 AI 반도체 기업이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번 합병으로 국내 최대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할 AI반도체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피온코리아는 2016년 SK텔레콤 내부 연구개발 조직에서 출발해 분사했다. 그러다 2022년 SK텔레콤과 SK스퀘어, SK하이닉스가 함께 미국에 본사를 둔 사피온을 출범시키면서 100% 자회사가 됐다.

사피온은 SK텔레콤이 62.5%, SK하이닉스가 25%, SK스퀘어가 1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3사는 사피온에 총 800억원을 공동으로 투자했다.

사피온은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를 탑재한 추론용 신경망처리장치(NPU) X330을 출시했다. X330은 대략 70억~130억개 정도의 언어모델 추론에 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매개변수 1조개 이상의 언어모델을 사용한 AI 추론 서비스를 지원하는 차세대 제품 X430을 개발 중이다.

2022년에는 전작 X220으로 NHN 클라우드와 정부의 AI반도체 실증사업에 참여했다.

[서울=뉴시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차세대 제품을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다. (사진=리벨리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리벨리온은 2020년 설립된 AI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이다. 창립 이후 3년간 2개의 제품을 출시하며 기업가치 8800억원 규모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두 번째 AI반도체 아톰을 삼성전자 5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는 국내 최초 데이터센터 상용화 제품이다. GPT 등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가속하는 차세대 제품 '리벨' 개발도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다. 이는 올해 하반기까지 칩 개발을 완료하고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리벨리온은 KT그룹도 눈여겨본 곳이다.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 2022년 6월 35억원으로 시작해 지난해까지 총 665억원을 투자했다.

KT클라우드의 국내 최초 신경망처리장치(NPU) 인프라 서비스 상용화도 함께했다. 나아가 리벨을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온디바이스 AI(별도 클라우드 서버를 통하지 않고 기기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 및 연산하는 AI)에 적용하는 등 향후 리벨리온에서 출시하는 다양한 AI 반도체 라인업을 적극 활용할 계획도 발표했다.

KT도 이번 합병에 적극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기술 주권 확보 및 세계적 수준의 AI 반도체 기업 탄생을 위해 이번 합병 추진에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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