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환율전쟁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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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역과 해외 투자 통계 자료를 잘 들여다보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5년을 기점으로 하여 세계 무역 총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강한 달러에 대한 미국의 정책 의지가 세계 경제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다른 주요 국가들 통화는 약세 추세로 들어간 때가 바로 2015년 후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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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간 수출경쟁 격화
韓도 수출 증대 효과 봤지만
통화정책 이대로 유지된다면
결국 기술혁신에 승패 갈려
세계 무역과 해외 투자 통계 자료를 잘 들여다보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5년을 기점으로 하여 세계 무역 총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아마 많은 이들에게는 잊힌 단어로 기억조차 없을 수 있지만, 2013년에 미국이 소위 테이퍼링이라고 하는 통화 정책을 실시했다. 즉 오랫동안 확장적 통화 정책을 실시하던 미국이 달러 투입 규모를 점점 줄여나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후 2014년에 양적완화 자체를 중단하고, 실제로 2015년부터는 금리 인상을 실시했다. 이러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강한 달러에 대한 미국의 정책 의지가 세계 경제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다른 주요 국가들 통화는 약세 추세로 들어간 때가 바로 2015년 후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유럽은 2010년대 초반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가 많았기 때문에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긴축 정책을 취하기 어려웠고, 오히려 미국과 반대로 2015년부터 양적완화를 취하기 시작했다. 유로화가 시장에 투입되면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곧바로 유로당 1.1달러 부근까지 하락했다. 지금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아베노믹스 실패 이후 2014년부터 양적완화에 나섰다. 양적완화 시작 전에는 달러당 70엔대 중반이던 엔화가 2015년에는 120엔대 중반까지 갔고, 2024년 현재는 155엔에 이른 상태다.
중국은 유럽·일본과 좀 다르게 시작했다. 우선 2013년에 중국은 내수 중심의 산업과 성장 전략을 세우기 시작한다. 자국에서 소비를 증가시키기 위해 물가 안정이 필요했고, 수입물가도 낮게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절상을 시도한다. 하지만 경제는 항상 예측하기 힘든 일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2015년 중국 주식시장 거품이 터지면서 자산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당시 세계 경제 여건도 중국에는 녹록지 않았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면서 세계 자본을 영끌하기 시작했고, 유럽과 일본은 자국 통화 약세를 활용해 세계 무역 시장에서 중국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 모든 조건은 중국으로 하여금 위안화를 절하하게끔 작용했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급격하지는 않지만 2015년 달러당 6.2위안까지 절하되었고, 2024년 현재는 7.2위안으로 중국도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에 밀리지 않으려고 한다.
요컨대 2015년 전후를 시작으로 주요 국가들이 서로 자국 통화 약세를 이용해 수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었고, 미국을 제외하고는 이 수출 공급을 받아줄 만한 구매력 강한 국가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200여 개 국가가 함께 서로서로 상품을 사고파는 세계 시장이기보다는, 미국 강달러의 구매력에 의존해 일본, 유럽, 중국 등이 서로 경쟁하며 물건을 팔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나라 수출 통계를 보면 세계 수출 통계와 마찬가지로 2015년 이후 몇 년간 하락했는데 이는 경쟁 국가들의 화폐가치 하락과 세계 시장 수요가 제한적이었던 게 그 주요한 이유다. 그러나 강력한 미국 달러로 인해 우리 원화가치가 지속적으로 절하되면서 수출 사정은 상당히 회복되고 있고 올해 정부의 7000억달러 수출 목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어느 정도 고착화돼 있는 각국의 환율 정책은 아마도 당분간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야말로 좁아진 세계 수출 시장에서 각 기업들 간 진검승부가 나타날 것이다. 어느 기업이 기술 혁신에 성공하는지, 그리고 어느 나라 정부가 기업들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지가 그 승패 여부를 판가름 지을 것이다. 우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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