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돌아본 70년대 새마을운동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6. 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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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거장 차범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윤한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연출한 국립극단 연극 '활화산'(17일까지)이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활화산'은 박정희 정부가 당대의 시대정신이었던 새마을운동을 장려할 목적으로 1974년 무대에 올렸던 관변 연극으로, 쇠락한 양반가 이씨 집안의 며느리 정숙이 활화산 같은 생명력으로 가정과 마을을 계몽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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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차범석 탄생 100주년
국립극단 연극 '활화산' 올려
국립극단 연극 '활화산'의 한 장면. 국립극단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거장 차범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윤한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연출한 국립극단 연극 '활화산'(17일까지)이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활화산'은 박정희 정부가 당대의 시대정신이었던 새마을운동을 장려할 목적으로 1974년 무대에 올렸던 관변 연극으로, 쇠락한 양반가 이씨 집안의 며느리 정숙이 활화산 같은 생명력으로 가정과 마을을 계몽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무대 중앙에 일부 구조가 허물어지고 지붕 기와에 이가 나간 고택이 놓여 있다. 양식이 부족해 아이들이 밥상머리에서 다툼을 벌일 만큼 곤궁하지만 집안의 어른인 이 노인은 언젠가 대사헌(종2품) 벼슬을 지냈다던 13대 조부의 이야기만 반복한다.

윤한솔 연출가는 50년 전 차범석이 프로파간다(선전) 연극으로 창작한 '활화산'의 역할을 재현했다. 1막은 이씨 집안이 구습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2막은 보다 못한 정숙이 새마을운동의 근면·자조·협동정신에 따라 양돈 사업과 농사, 다리 건설 등에 나서며 집안과 마을을 번영으로 이끄는 이야기를 그린다. 관객은 구습에 빠진 인물들에게 환멸을 느끼고 새마을운동의 기치에 공감하게 된다.

윤 연출가의 '활화산'은 2024년의 관객들이 1970년대 시대정신과 프로파간다 연극에 대해 숙고할 것을 유도한다. '활화산'에는 극에 대한 관객의 몰입을 제한하는 장치들이 배치됐다. 2막부터 무대의 가옥 전체가 허공에 들린 채로 극이 진행되는 것, 개구리·까마귀·돼지 등 동물 탈을 쓴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 죽은 이 노인이 느닷없이 등장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 등은 관객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연극을 관람하게 한다. 정숙은 반복해서 다른 인물들에게 근면·자조·협동의 가치를 설파하는데 배우가 계속 객석을 바라보면서 말해 마치 관객을 계몽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마을 사람들에게 장광설을 늘어놓는 장면에서는 중간부터 녹색 조명이 켜지고 내레이션이 정숙의 말을 대신 전달하게 하면서 연극이 지금 관객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것을 객석의 관객들에게 상기시킨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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