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김판곤 감독 겨냥한 말레이 기자의 난감한 질문 "계속 자리 지킬 건가요?", KPG의 반응은

김태석 기자 2024. 6. 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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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미디어들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마지막 경기 대만전 전후로 김판곤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거취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진출에 실패할 경우 감독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커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 감독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김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1일 밤 10시(한국 시각)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졌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6라운드 대만전에서 3-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말레이시아는 3승 1무 2패(승점 10점)라는 제법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도 키르키스스탄에 밀려 조 3위로 탈락하고 말았다. 참고로 말레이시아의 승점은 이번 2차 예선 각 그룹 조3위 팀 중 가장 많은 승점이며, C그룹 2위 중국보다도 많은 승점이다.

여러모로 애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기를 앞두고 말레이시아 매체들은 현지에서 KPG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김 감독의 거취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국 팬들에게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전에서 놀라운 투지와 경기 운영 능력으로 3-3 무승부를 거두며 찬사 받았던 말레이시아와 김 감독의 이미지가 가득하지만, 그 이후 말레이시아는 꽤 힘든 상황을 이어갔다.

3월 2차 예선 2연전이었던 오만과 홈 앤드 어웨이 승부에서 2패를 당하며 그룹 3위로 떨어졌고, 최종 예선 진출 여부가 걸린 이번 6월 2차 예선 2연전에서는 운명의 키르키스스탄 원정에서 승점 1점에 그치면서 대만전에서 승리하더라도 최소 7골 이상을 넣어야 한다는 굉장히 힘든 조건이 주어져 사실상 탈락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 감독은 최근 대표팀 운영과 관련해 일부 클럽들의 선수 차출 거부 등으로 본래 계획했던 것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다.

심지어 최근 김 감독과 함께 일하다 자리를 박차고 떠난 말레이시아 대표팀의 한 스태프가 말레이시아축구협회(FAM), 말레이시아 체육부 등에 투서를 보내 자신은 물론 김 감독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폭로한 사실이 현지에서 큰 이슈가 됐다. 심지어 이 스태프는 "김 감독이 이 현실에 지쳐 팀을 떠날 것"이라고 아예 호언 장담을 하기도 했다.

이런 사건이 있었던 탓에, 현장에서 만났던 일부 말레이시아 매체 기자들은 이번 대만전이 김 감독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 직후 방송 플래시 인터뷰에서 직접 이와 관련된 질문이 주어지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방송 매체 <아스트로 아레나>의 리포터는 경기를 막 마친 김 감독에게 "이 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말레이시아 팬들은 당신이 계속 감독직을 맡고 싶어한다고 믿고 있다"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건 나도 원하는 게 아니다. 나는 여기에 남고 싶다"라고 말했다. "나는 여기 남고 싶다(I want to stay here)"라는 말을 두 번이나 강조했을 정도다.

김 감독은 대만전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경기 직후 방송용 플래시 인터뷰 때와 달리 꽤 공격적인 성향의 질문이었다.

김 감독이 "비록 최종 예선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다가오는 AFF 챔피언십과 2027 AFC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그리고 김 감독이 "말레이시아의 아시안컵 본선 2회 연속 진출은 말레이시아 축구에 굉장히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긴 직후, 한 현지 기자는 "다음 아시안컵까지 팀을 맡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나는 여기 남고 싶지만, 내가 떠나야만 한다면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때론 지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묵묵히 싸워나가고 있다"라고 답했다.

사실 김 감독 처지에서는 이번 대만전이 굉장히 위험하기도 했다. 대량 득점 승리를 해야 할 경기에서 먼저 실점하며 전반전을 0-1로 마쳤기 때문이다. 그대로 끝났다면 정말 마지막 경기가 될 뻔했다.

하지만 후반전에 대반전을 이루면서 3-1이라는 제법 넉넉한 점수 차로 승리하는 데 성공했다. 다행스럽게도 김 감독의 말레이시아는 승점 10점이라는 제법 훌륭한 성적을 낸 덕에 심각하게 질타하는 분위기는 장내에 없었다. 외려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며 월드컵 예선을 마무리한 것에 대해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말레이시아축구협회(F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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