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도 이사 충실의무 대상, 해외 전례 없다?… 美 법안 봤더니

김서현 기자 2024. 6. 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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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하는 상법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재계가 미국 등 주요국에 없는 입법 사례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 11일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전제로 하는 이사의 충실의무 인정 여부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상법 개정은 ▲해외 입법례에서 찾아볼 수 없고 ▲자본 다수결 원칙과 회사와 이사 간 위임관계를 훼손해 회사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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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사 충실의무 '주주'까지 확대 추진
재계 "해외 입법례 없고 회사법 근간 위험"
美 판례·모범회사법, 주주 보호하고 있어
재계가 정부의 상법추진안에 "해외 입법례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미국 등 해외는 판례와 합리적인 법 해석으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지난 2월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회관에서 열린 정기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정부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하는 상법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재계가 미국 등 주요국에 없는 입법 사례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판례와 모범회사법에서는 법적으로 주주를 보호하고 있어 재계의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 11일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전제로 하는 이사의 충실의무 인정 여부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상법 개정은 ▲해외 입법례에서 찾아볼 수 없고 ▲자본 다수결 원칙과 회사와 이사 간 위임관계를 훼손해 회사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의 '모범회사법 제8.30조'의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믿는 방식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를 들어 미국 역시 회사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로 한정한다고 언급했다.


"美, 법적으로 주주 보호" vs "미국도 의무까진 아냐"


하지만 법제처 세계법제정보센터에서 미국의 모범회사법 원문을 확인한 결과 해당 조항은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었다.
원문에는 해당 조항에 있는 '회사의 이익'에 대해 '회사라는 용어는 기업을 대신할 뿐만 아니라 주주 단체를 포괄하는 참조 프레임'이라는 설명이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최선의 이익'을 결정할 때 다양한 주주들의 이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역시 고려해 결정을 내리게 돼 있다.
재계가 정부의 상법추진안에 "해외 입법례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미국 등 해외는 판례와 합리적인 법 해석으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모범회사법 원문 제 8.30조 오피셜 코멘트 a섹션. /사진=법제처 세계법제정보센터 미국 모범회사법 원문 캡처

이에 대해 한경협 관계자는 "당연히 회사는 주주 단체를 포괄하고 투자자의 이익을 무시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를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직접적인 충실의 의무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는 "미국은 판례를 통해 이사가 주주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무를 확실히 인정하고 있다"며 "재계의 주장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일본 등 국가는 판례에서 이사의 주주 보호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경영 행위는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1월30일(현지시각)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테슬라 소액주주가 회사 이사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소액주주의 손을 들어줬다. 테슬라 이사회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에게 560억달러 규모의 스톡옵션 보상 지급안을 승인하자 회사 주식 9주를 보유한 소액주주가 과도한 보상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이다. 법원은 해당 주주의 주장을 받아들여 머스크의 보상안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국내에서는 회사들의 결정으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이익 침해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상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했다. 2021년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한 이후 상장시켜 LG화학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보호받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상인 교수는 "우리나라는 주주 이익 보호가 안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를 명확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외국이 (법적 규제를) 한다, 안한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필요하면 해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서현 기자 rina236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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