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먹통 사태 2년 “모든 시스템 이중화”…카카오 자체 데이터센터 가보니 [르포]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4. 6. 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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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이가람 기자]
“카카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 있다. 화재 발생으로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가 긴 시간 멈췄던 사건은 카카오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뼈아픈 경험이었다. 이런 장애가 반복되지 않도록 데이터 안정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책임감에 완공하는 날까지 끊임없이 보완하고 고민한 결과가 바로 이곳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지난 11일 카카오가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내 위치한 카카오 데이터센터(IDC) 안산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카카오의 첫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다. 지난해 9월 완공돼 올해 1월 가동을 시작했다. 연면적 4만7378㎡에 올라선 지하 1층~지상 6층의 2개동짜리 건물로, 12만대의 서버를 보관하고 6엑사바이트(E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을 자랑한다.

월간활성화이용자(MAU) 4870만명, 하루 메시지 수·발신량 100억건 이상, 트래픽 발생량 1초에 50만건, 메시지 전송 1초에 4만5000건. 명실상부 국민 플랫폼으로 불리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카카오가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들여다봤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발전기실. [사진 = 카카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키워드는 안정성이다. 지난 2022년 10월 15일 토요일 오후 3시 19분에 발생한 SK씨앤씨(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으로 관련 업무를 위탁 중이었던 카카오의 서비스들이 127시간에 걸친 장애를 겪었다. 카카오 경영진은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고, 대통령도 지나치지 않은 사건이었다. 카카오는 이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어떠한 재해와 재난에도 멈추지 않을 데이터센터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무정전 전력망을 갖추고 모든 시스템을 이중화했다. 데이터센터 서버는 0.02초만 전력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도 다운되는 만큼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요 전력의 100% 용량에 해당하는 전력을 즉시 공급받을 수 있는 예비 전력을 마련했고 변전소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비상 발전기를 통해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전력망부터 서버에 전기를 최종적으로 공급하기까지의 과정, 통신회사에서 서버까지 통신을 제공하는 과정, 냉동기부터 서버실까지의 냉수 공급 과정 등을 다중화했다. 최소 두 곳의 데이터센터에 데이터와 운영도구의 사본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도 하고 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배터리실. [사진 = 카카오]
또 화재 대비를 위해 화재 진압이 어려운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자체 개발·적용했다. 현재 특허 출원 중이다. 전산동 배터리실에서 이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은 4단계로 구성돼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내부 감시 시스템이 영향권 안에 위치한 배터리 전원을 독립적으로 차단하고, 방염천을 내려 불길 확산을 막는다. 이어 소화 약제를 분사해 초기 진화를 시도하고, 방수천을 올려 냉각수를 지속적으로 분사해 발화를 차단한다. 카카오 내부 실험에서는 초기 자체 화재 대응 시스템이 작동하기까지 총 4분이 걸렸다. 완전 연소까지는 2시간가량 소요됐다.

이 외에도 침수, 해일, 강풍, 지진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지상층 지반을 주변보다 1.8m 높게 다지고 서버실, 전기실, 배터리실 등 주요 시설을 지상에 배치해 침수 피해를 예방했다. 해일 피해로부터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초속 28m의 강풍에 버티는 내풍 설계와 강도 6.5 이상의 지진에도 견디는 내진 설계를 적용했다.

친환경도 고려했다. 전산동 서버실로 들어서니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왔다. 다른 데이터센터들은 추울 정도로 온도를 낮춰 두지만 카카오는 하절기를 제외하고는 모터 없이 냉각하는 프리쿨링 냉동기 시스템을 돌린다.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12만개의 서버를 보관할 수 있다. 이날 기준 수용량의 약 10%가 채워진 상태였다.

옥상에는 냉각탱크와 태양광패널이 빽빽하게 설치돼 있었다. 하드웨어의 열을 내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기만큼 많이 사용되는 자원인 물의 사용 방식을 효율화해 일반적인 데이터센터 대비 상하수도 비용을 98% 줄였다. 고효율장비·발광다이오드(LED) 등을 통해 전기 사용량도 최소화했다. 실제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전력효율지수(PUE)는 1.3 이하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발표한 국내 데이터센터 평균 PUE(1.91)보다 낮은 수치다. 카카오는 지속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끌어올려 연간 에너지 비용을 3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옥상. [사진 = 카카오]
지역사회 소통과 협력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운영된다. 통상적으로 데이터센터는 보안을 지키기 위해 도심과 떨어진 공간에 자리 잡는다. 하지만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접근성이 좋은 캠퍼스 안에 있다. 카카오는 운영동 일부를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오픈했다. 그러고 보니 데이터센터 입구에 카카오 캐릭터인 라이언과 한양대 캐릭터 하냥이가 나란히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던 모습이 기억났다.

고우찬 카카오 인프라기술 성과리더는 “안정성이라는 최우선의 가치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친환경과 지역사회와의 상생까지 고려한 데이터센터”라며 “늦어도 다음 주부터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여러 서비스들이 데이터센터 안산에서 운영이 될 것이고, 이용자들의 일상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카오는 안산 데이터센터에 이어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도 추진한다. 현재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서비스 운영을 포함 미래 기술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고성능컴퓨팅(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데이터센터로 특화 설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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