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조기 총선 베팅에 거센 후폭풍···“정치적 불장난” 비판도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리는 마크롱당
디 차이트, “마크롱 미쳤나?” 비판도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을 견제하기 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조기 총선 ‘베팅’이 프랑스 정가에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극우 득세를 우려하는 시위가 프랑스 곳곳에서 벌어진 가운데, 중도우파인 공화당(LR)이 RN과 연대 의사를 밝히면서 총선에서 극우 압승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결정에 대한 비난 수위도 격해지고 있다.
에리크 시오티 공화당 대표는 11일(현지시간) TF1 TV에 출연해 이번 총선에서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의원이 이끄는 RN과의 동맹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시오티 대표는 RN에 대해 “우리는 같은 메시지를 내고 있다”면서 연대를 언급했고 “우리 지지자 대다수도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르펜 의원은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오티 대표의 연대 결정에는 현실적인 판단이 반영됐다. 공화당은 지난 9일 끝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6석(7%)을 얻는 데 그쳤지만 RN은 예상을 크게 웃도는 25석(31%)을 차지했다. 샤를 드골,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등 대통령을 배출한 보수 주류 정당인 공화당이 극우 정당과 연대를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 때문에 공화당 고위 인사인 그자비에 벨트랑이 “극우와 협력은 배신”이라고 비난하는 등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번 연대 발언으로 RN의 기세에는 더 힘이 실리게 됐다.
여론조사 결과도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 업체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프랑스 성인 2744명을 대상으로 조기 총선 1차 투표 때 지지 정당을 온라인 설문조사 한 결과, RN의 지지율이 34%로 가장 높았고 좌파 연합(22%),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당(19%), 공화당(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른 여론조사 업체 이포프(IFOP)가 성인 111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36%가 RN의 승리를 희망했다. 르네상스당을 지지한 응답자는 18%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좌파 진영은 곳곳에서 반극우 시위를 벌였다. 르몽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수도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경찰 추산 3000명의 시위대가 모여 RN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모두 파시스트를 싫어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좌파 진영의 단결을 강조했다. 시위에 참여한 24세 대학생 알리스는 “3주 안에 극우 총리가 나온다는 생각에 겁이 난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남부 마르세유, 몽펠리에, 리옹, 그르노블, 렌, 스트라스부르 등 각지에서 수백∼수천 명의 시위대가 극우 반대 집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9일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급부상한 RN에 제동을 걸기 위해 조기 총선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총선 베팅이 자칫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비난의 화살은 마크롱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마크롱 대통령의 굴욕적 패배”로 표현하면서 조기 총선에 대해서는 “위험한 결정으로 정치적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매체 디 차이트는 조기 총선 결정은 “위험한 게임”이라면서 “마크롱이 미쳤나? 이성을 잃고 나라를 르펜에게 넘겨주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고위험의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는 절반 이상 남은 상태라 총선 결과에 정치적 생명이 갈릴 수 있다. 프랑스 대통령은 다수당이나 다수 연합의 지지를 받는 인물을 총리로 임명해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RN이나 좌파 연합이 1당 지위에 오르면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른 ‘동거 정부’(코아비타시옹)를 구성할 수밖에 없고, 정책 추진 등 정부 운영은 어려워질 수 있다.
판을 바꾸기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불리하다. 조기 총선의 1차 투표는 이달 30일 치러지며, 2차 투표는 다음 달 7일 실시된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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