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휴진 아니었나…빅5 병원 '무기한 휴진' 속속 가세
울산의대, 추가 휴진 검토…가톨릭의대 "내주 무기한 휴진 논의"
환자단체 "중증질환자들 죽음으로 내몰려…의사집단 불법행동 엄벌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권지현 기자 = 오는 18일로 예정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휴진에 의대 교수들이 가세하는 데 이어,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무기한 휴진' 결의가 확산하고 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오는 17일부터, 연세의대 교수들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결의하는 등 교수 사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더욱이 의협이 주도하는 오는 18일 휴진에도 적잖은 교수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당일 동네 의원인 1차 의료기관부터 대학병원인 3차 의료기관까지 전체 의료전달체계가 '셧다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질적인 휴진율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지만, 당장 진료를 앞둔 환자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의대 이어 연세의대도 '무기한 휴진' 결의
12일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7일부터 정부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는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무기한 휴진하기로 결의했다.
비대위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등 연세의료원 산하 병원 세 곳 교수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휴진은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을 제외한 모든 외래진료와 비응급 수술, 시술 등을 중단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비대위는 의협이 주도하는 18일 휴진의 경우 연세의대 교수들이 각자 '의협 회원' 자격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고, 이와는 별개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자 비대위 차원의 행동 지침을 마련했다.
'빅5'로 불리는 주요 대학병원 다섯 군데에서 무기한 휴진을 결의한 건 서울대에 이어 연세의대가 두 번째다.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오는 17일부터 응급실, 중환자실 등을 제외한 전체 진료과목에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 등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단 교수들은 환자 곁을 무작정 떠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휴진 결의는 그간의 요청에 제발 귀 기울여달라는 저희의 마지막 몸부림"이라며 "휴진 기간 응급실, 중환자실 등의 필수 부서 진료는 강화할 것"이라고 적었다.
울산의대, 추가 휴진 논의…가톨릭의대 "내주 무기한 휴진 논의"
서울의대와 연세의대 교수들에 이어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성모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의대 교수들 역시 무기한 휴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이 오는 18일 휴진한다고 선언하면서, 무기한 휴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는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후 오는 20일께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무기한 휴진 등을 논의해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역시 오는 18일 의협 휴진에 참여하는 건 물론이고, 추가 휴진 여부도 논의 중이다.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는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18일 휴진 외 추가로 휴진할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추가 휴진으로 뜻이 모이면 울산의대 교수들의 휴진 기간이 18일 하루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의협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의 결정을 따를 방침이다.
우선 의협이 주도하는 18일 휴진에 참여하고, 이날 총회가 예정된 전의교협에서 논의되는 사항을 살필 예정이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아직 무기한 휴진은 검토 못 했는데, 전의교협에서 무기한 휴진 얘기도 나올 것 같다"며 "전의교협 결정에 따르되, 내부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은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병원 노조·환자 반발…"의사집단 불법행동 엄벌해야"
의대 교수들의 휴진 선언이 확산하면서 병원 내부 직원들과 환자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김영태 병원장이 직접 나서서 전면 휴진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고,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노조가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이라며 교수들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교수들이 휴진하려면 예약된 진료를 변경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 동원된 병원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와 환자들의 항의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날 70대 아버지의 당뇨 치료를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을 함께 찾은 아들 김모 씨는 "아버지께서 정기적으로 신장 투석을 받으셔야 하는데 최근 교수들의 휴진 소식이 자꾸 들려와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교수들이 환자를 뒤로하고 진료를 미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한국폐암환우회등 6개 단체가 속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2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들을 향해 휴진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28년째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회 회장은 휠체어에 탄 채로 대독자를 통해 정부에 "법과 원칙에 입각해 의사집단의 불법 행동을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식도암 4기 환자인 김성주 연합회 회장은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다른 대형병원 교수들도 휴진을 선언할 분위기이고, 대한의사협회의 전면 휴진도 맞물려 중증질환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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