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레디! 액션!

2024. 6. 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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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촬영 현장에서 감독이 신호를 보낸다. “레디! 액션!” 모든 영화는 이처럼 액션을 통해 만들어졌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받는다. 영화가 가진 영향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현장에 다녀왔다. 바로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이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최송현과 줄리안 퀸타르트.

세계 환경의 날인 6월 5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개막식에 20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앉았다. 올해 영화제 슬로건은 ‘Ready, Climate, Action, 2024!’. ‘한 편의 영화를 통해 기후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함께 솔루션을 고민하고 행동하자!’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정체성을 담았다.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환경재단 이미경 대표의 인사말, 그리고 최열 조직위원장의 개막 선언으로 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막식 현장.(사진 제공=서울국제환경영화제)

영화제에는 역시 홍보대사가 빠질 수 없다. 홍보대사 ‘에코프렌즈’ 김석훈 배우의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를 운영 중이다. 환경은 우리 모두가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에코프렌즈’ 박하선 배우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를 낳고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텀블러를 사용하고, 배달음식을 줄이고, 전기차를 타는 실천을 하고 있다고 했다.

2004년에 시작된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세계 3대 환경영화제로 꼽힌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환경영화제이며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한다. 예심을 거친 본선 진출작 총 38편을 포함하여 27개국 78편의 작품이 26일간 최장기 진행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개막작 ‘와일딩’ 포스터.

개막행사가 끝나고 개막작 ‘와일딩(Wilding)’을 보았다. 영국의 데이비드 앨런(David Allen)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현대식 농업을 하던 사유지인 넵 캐슬을 20년 이상 ‘야생 상태’로 되돌리는 노력을 담은 영화이다. 국내에 소개되기도 한 이사벨라 트리의 책 ‘야생 쪽으로’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영국인 부부가 소유한 대농장에서 경작을 하지 않고 ‘재야생(Rewilding)’ 실험을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재야생(Rewilding)은 개발을 멈추고 인간 활동으로 쫓겨났던 동물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을 의미한다. 넓게는 인간과 자연의 균형,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자연 상태로 돌아가는 새끼 돼지, 말, 비버, 황새 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국에서도 특이하게 여겨졌던 이 실험을 통해 자연의 회복력을 발견하고 생물 다양성 보전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이 한 편의 영화를 통해 평소에 잘 몰랐던 재야생에 대해 접하게 돼 의미 있었다. 

오프라인 상영관 메가박스 성수점.

극장 상영 마지막 날인 6월 9일에는 메가박스 성수점을 찾았다. ‘특별상영 : 에코프렌즈 유준상’을 보기 위해서였다. 배우로 익숙한 유준상이 감독한 영화 중에 2021년작 ‘스프링 송’, 2022년작 ‘평온은 고요에 있지 않다’가 연속으로 상영되었다.

이어서 유준상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GV)가 이어졌다. 영화 ‘스프링 송’에는 일본 후지산이 배경으로 나온다. 유준상 감독이 후지산 정상의 눈(雪)은 변하지 않는 것, 눈이 녹는 산 아래의 모습은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했다. 기후위기에 따른 날씨 변화와 최근 후지산 인근 편의점에서 생긴 쓰레기 이슈도 다루었다. 

유준상 감독이 제작한 모든 영화에서 자연 조명을 이용한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분리수거를 기가 막히게 잘한다며 일상에서의 환경 실천법도 알려주었다. 현재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는 유준상 감독의 다음 작품도 기다려진다.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유준상 감독.

온라인 상영관에서 이큰별 감독의 영화 ‘고래와 나’를 보았다. SBS 창사특집으로 제작한 총 4부작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를 110분의 영화로 재구성하였다. 고래는 바닷속에 사는 유일한 포유류라는 점에서 인류에게 시사점을 제시해준다. 

영화에는 2023년 3월 전북 부안 해안가에 떠밀려온 어린 보리고래 사체의 해부 현장이 담겨있었다. 부검 결과 고래가 굶어 죽은 것은 아니라 판단했고, 보리고래의 내장 끝부분에서 투명한 1회용 플라스틱 컵 뚜껑을 발견했다. 고래가 바닷물을 삼켜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해양쓰레기가 몸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아프리카 모리셔스 촬영분에서는 향고래 곁으로 흰색 비닐봉지가 떠밀려와 고래들이 삼키려고 했던 순간이 있었다. 이 영화에는 아기 향고래가 어미의 젖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아름다운 장면이 계속될 수 있도록 고래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포토월에서. ACTION!이 돋보인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개막작 ‘와일딩’을 보고 나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일행과 인상적인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영화 끝부분에 사람이 혼자서 춤을 추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다가 곁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합세해 같이 춤을 춘다. 이제 춤을 추는 게 대세가 된다. 이 장면을 꼽으며 환경에 대한 인식, 그리고 실천과 연관지어 보았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장소에 가니 처음에는 갖고 다니는 게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익숙해졌다. 이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선택이 대세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관람료는 ‘맹그로브 100만 그루 캠페인’에 100% 기부된다고 한다. 맹그로브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나서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의 다양성 보존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로부터 해안선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영화를 관람하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방글라데시 순다르반 지역의 맹그로브 숲을 조성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온라인 시간표.(출처=서울국제환경영화제 누리집)

6월 30일(일)까지 영화제 누리집(https://sieff.kr)에서 온라인 상영이 계속된다.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으로 20년 전에 시작한 환경영화제이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인간과 자연의 균형을 맞추는 선택과 행동이 대세가 되도록 지금 함께 실천해 보자.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한지혜 soulofaq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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