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엔비디아 노린다”… 토종 AI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사피온 합병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SK텔레콤의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이 합병을 추진한다. 리벨리온은 12일 “SK텔레콤과 함께 AI 반도체 대표 기업 설립에 나서기로 했다”며 “새로운 합병 법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 법인에 대한 지분 비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합병 법인의 경영은 리벨리온이 이끈다. 두 회사는 기술과 인력, 자본 상태 등을 파악한 뒤 합병 법인을 어떤 형태로 구성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류수영 사피온 대표는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은 국내 대표적인 AI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다. 엔비디아처럼 AI 모델 구축에 사용되는 AI 가속기(AI 반도체의 일종)를 설계한다. 리벨리온은 지난 2월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을 공개했고, 사피온은 지난해 말 AI 추론 기능을 특화시킨 X330을 내놨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27억원, 50여 억원이었다. 리벨리온은 그동안 KT에서 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리벨리온은 “KT도 이번 합병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니라 신경망처리장치(NPU)로 AI 가속기를 만든다. 인간의 뇌를 모방해 만든 NPU는 뇌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돼 신호를 주고받는 것처럼 작동한다. GPU가 강점을 가진 방대한 데이터 학습보다는 AI 모델이 답을 내는 추론에 적합하며, 엔비디아 제품보다 전력 소모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앞으로 AI 산업이 성장하면, NPU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 관계에 있던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손을 잡은 것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글로벌 NPU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특히 엔비디아의 독점 때문에 AI 반도체 가격이 치솟자, 전 세계적으로 엔비디아 대체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AI 분야에서 글로벌 빅테크를 대상으로 납품해야 하는 만큼, 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