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반도체 대표기업 탄생…SKT 사피온·KT 투자 리벨리온 한몸 된다

김나인 2024. 6. 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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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 아톰 칩을 탑재한 '아톰 카드'. 리벨리온 제공
사피온 'X330'. 사피온 제공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골든타임' 잡아라."

SK텔레콤이 AI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 AI반도체 대표기업 설립에 나선다고 12일 밝혔다. 이를 위해 양사는 국내 대표 두 AI반도체 기업인 SKT의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 간 합병을 추진한다.

이번 합병 추진은 국내 AI반도체 기업간 대승적 통합을 통해 글로벌 AI인프라 전쟁에 나설 국가대표 기업을 만들겠다는데 양사가 합의한 결과다. 리벨리온의 전략적 투자자인 KT도 이번 합병 추진에 뜻을 모으면서 AI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가 힘을 모아 한 배에 올랐다는 평이 나온다. AI 반도체는 생성형 AI 붐과 맞물려 투자 수요가 폭증하는 대표 분야로 꼽힌다.

양사는 실사와 주주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빠르게 거쳐 올 3분기 중 합병을 위한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하고 연내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날 직원설명회를 열고, 이날 오후 2시 투자사 대상 설명회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상세 지분 비율이나 대표이사 선임 등은 추후 구체화할 계획이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0년 박성현 대표와 오진욱 CTO 등이 공동 창업한 AI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으로, AI 반도체 '아톰'이 지난해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로서 최초로 데이터센터 상용화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가속하고, 올해 양산에 돌입했다. 현재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을 개발하고 있다.

합병법인의 경영은 리벨리온이 책임질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 계열보다 결정을 빨리 내려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실행력 있는 스타트업이 키우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합병 이후 SKT는 전략적 투자자로 합병법인의 글로벌 AI반도체 시장 진출과 대한민국 AI반도체 경쟁력 향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사피온의 주주사인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도 대한민국 AI반도체 발전을 위해 합병법인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합병은 'AI 피라미드' 전략을 내세운 SK텔레콤이 AI 가장 밑단인 'AI 인프라'에 힘을 싣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창립 이후 3년간 2개의 제품을 출시해 기업가치 8800억원을 인정받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한 리벨리온과 협력해 AI 역량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다. 향후 2~3년을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빠른 합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합병에 대해 리벨리온 측 의지도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조원 안팎의 몸값이 거론되는 리벨리온은 그간 기업공개(IPO)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SK텔레콤은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초거대 AI 운용시 생기는 발열,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K하이닉스와 함께 지난 2016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사피온을 설립해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11월 차세대 AI 반도체 'X330' 등을 선보이며 사업 확장을 꾀하기도 했다. 사피온은 SKT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도 지분을 가진 SK ICT 엽합의 결과물로, 합병 이후 리벨리온과 제품 라인업을 강화·확장해 '규모의 경제'를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리벨리온의 전략적 투자자인 KT가 이번 합병 추진에 뜻을 모은 점이 주목된다. KT는 리벨리온에 총 665억원을 투자하며 AI 동맹 강화에 나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 리벨리온이 함께 힘을 모으며 AI 반도체 시장이 넓어진다는 개념"이라며 "국내 경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로 나가면서 '생존의 이슈'에 다다른 상황에서 함께 뭉쳐 대응해가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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