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허덕이는 밤…유독 강릉에만 연이틀 열대야 나타난 이유?
빨라지고, 늘어나는 열대야…기상 전문가 "지구온난화가 원인"
당분간 낮 최고 33도 무더위… "수분 섭취·야외 활동 자제" 당부
(강릉=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강원 강릉에서 연이틀 열대야가 발생해 후텁지근하고 무더운 밤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곳곳의 한낮 기온이 30도 안팎을 오르내리며 푹푹 찌는 날씨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강릉의 밤은 좀처럼 더위가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강릉은 지난해 6∼8월 열대야 일수가 23일에 달해 도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열대야가 잦은 편이다.
이에 매년 여름이면 강릉 주민들은 대관령 방면에서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는 남대천 솔바람 다리 등을 찾아 몸의 열기를 식히는 등 이색 피서에 나서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유독 강릉에만 더위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이 자주 찾아오는 걸까?
그 답은 '바람의 방향'과 '지형적 특성'에 있다.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산맥을 만나면…'푄 현상'이 원인
현재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기류의 흐름을 살펴보면 인도양으로부터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탓에 영남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전국적으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 바람이 산을 넘으면 습기를 잃고 건조해지는데 이를 '푄 현상'이라고 부른다.
산의 서쪽은 고도가 높아지며 바람이 열을 빼앗기지만, 고도가 높아지면서 열을 흡수한 바람이 산의 동쪽으로 향하면 기온이 높아진다.
이러한 원리로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영동 지역의 기온도 오르는 것이다.
대구의 경우 강한 일사에 의해 데워진 공기가 잘 빠지지 않는 분지 지형인 탓에 낮 동안은 '대프리카'로 불릴 만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내륙에 있어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는 특성을 보인다.
반면 영동 지역은 푄 현상으로 인해 밤에도 온도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같은 영동이라도 풍향의 각도에 따라 조금씩 온도교차가 나타나기도 한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2023년) 여름철 평균 열대야 일수는 강릉이 17.3일로 가장 많았고, 양양 9.8일, 삼척 8.2일, 속초 7.8일, 동해 5.3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여름철 열대야 일수는 강릉이 23일이었으며 양양 15일, 삼척 13일, 속초 11일, 동해 7일로 나타났다.
이날도 아침 기온이 26.3도로 열대야가 발생하면서 밤잠을 설친 주민들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경포해변에 몰려들었다.
일부 시민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맨발 걷기를 하거나 바닷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기도 했다. 일부는 백사장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강릉의 열대야 발생 일수가 길다 보니 일부 강릉 시민들은 매년 여름 해발 832m로 최저기온 20도 안팎을 보이는 백두대간 등줄기 대관령 일대에서 텐트를 치고 한여름 밤을 보내기도 한다.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은 "산맥에 정 직각으로 바람이 부딪치느냐 비껴가느냐에 따라 푄 현상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도 달라진다"며 "공기의 특성은 흩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같은 영동이라도 열대야가 자주 발생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6일 이른 열대야…온난화로 열대야 관측 시점 빨라져
강릉에서는 지난 11일 올해 전국 첫 열대야가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6일 빠른 기록이다.
지난해에는 양양이 6월 16일 전국 첫 열대야를 기록했다.
강릉은 6월 28일에 첫 열대야가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지역에서는 2019년 5월 24일 강릉에서 역대 가장 빠른 첫 열대야가 발생했다.
첫 열대야 관측 시점은 매년 조금씩 달라지지만,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추세로 볼 때 열대야가 나타나는 시기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관측 시기가 앞당겨질 뿐만 아니라 열대야 일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1년간(1973∼2023년) 열대야 일수는 증가하는 추세며 영서는 평균 3.2일 증가하고, 영동은 2.2일 늘었다.
영서 지역의 평년 열대야 일수는 2.1일이었는데, 최근 10년 동안은 3.9일을 기록했다.
영동의 경우 평년 6.5일과 비교해 최근 10년간 8.4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본부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철에 33도 이상까지 오르는 날이 빨리 찾아오고 있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날도 늘어나거나 빨라지고 있다"며 "이런 기후 현상이 나타나는 데엔 환경적 요인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폭염일수도 증가 추세…당분간 낮 최고 33도 '가마솥더위' 지속
기상청에 따르면 열대야뿐만 아니라 여름철 폭염일수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51년간 영서는 평균 4.8일 증가했고, 영동도 1.3일 늘었다.
영서의 평년 폭염일수는 8.2일인데 비해 최근 10년간은 12.2일이었다. 영동도 평년 6.1일이었으나 최근 10년간 7.9일을 기록했다.
당분간 무더위는 지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오는 14일까지 내륙을 중심으로 낮 기온이 33도 내외로 오르고, 최고 체감온도도 31도 이상으로 올라 더울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은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있으니 물을 충분히 마시고 격렬한 야외활동은 가급적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축산농가에서는 송풍과 분무 장치를 가동해 축사 온도를 조절하고, 농작업 시 통기성이 좋은 작업복을 입고 홀로 작업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며 "전력량 사용 증가로 인한 실외기 화재와 정전에도 주의해달라"고 덧붙였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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