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의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삼성전자 경쟁력 발목 잡을라

옥기원 기자 2024. 6. 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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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대부분 가스·석탄 발전으로 충당
2050년 온실가스 3377만톤 배출 전망
탄소 배출 증가로 ‘RE100’ 달성 빨간불
반도체 국가 산단이 들어설 경기도 용인 남사읍 일대 전경. 연합뉴스

2026년 말 착공을 앞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내뿜게 될 온실가스가 현재 삼성전자 전체 글로벌 사업장의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웃돌아 우리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 원인인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 공급 계획이 전면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영리 기후·환경 연구단체인 기후솔루션은 12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문제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용인 산단에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 공급을 하는 것이 많은 양의 탄소 배출을 유발하며 반도체 산업 경쟁력까지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이 현재 삼성전자가 한해 전체 글로벌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보다 많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작성한 ‘국가산업단지개발사업 기후변화영향평가서’ 초안을 보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운영 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CO₂-eq)은 2032년 1722만톤에서 2040년 2384만톤, 2050년 3377만톤으로 늘어난다. 삼성전자의 연도별 가동 공장 수를 바탕으로 전력 사용 및 수송, 폐기물 등에서 배출될 온실가스 양을 추산한 결과다. 이는 삼성전자 글로벌 사업장의 2022년 한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1607만톤(탄소 공개프로젝트 보고서)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반도체 제조업은 많은 전력 사용 때문에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대표 산업으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10GW 규모의 엄청난 양의 전기 수요를 화석연료 중심의 발전 시설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2036년까지 3GW 규모 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하고, 동해안 초고압 송전선로(HVDC) 건설에 맞춰 동해안 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전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향후 서해안 해상풍력 단지 전력을 끌어오는 안도 검토 중이지만 가스·석탄 발전보다 비중이 적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모습. 삼성전자 뉴스룸 제공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국내외 생산시설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글로벌 캠페인 ‘알이100’(RE100)에 가입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국외 사업장부터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8.4%인 한국에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삼성전자의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 중 93%(1492만톤)가 첨단 반도체 제조 시설이 집중된 국내 사업장에서 발생했고 이중 약 60%(894만톤)가 전력과 열 소비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력 공급 계획 변경 없이 알이100 달성이 어렵다.

경쟁사들은 향후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알이100 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주문 제작) 경쟁사인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40% 목표를 달성한 뒤 2040년 100%에 도달한다는 계획이다. 대만은 최근 100만 세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설비용량 900MW) 아시아 최대 해상풍력 단지를 완공하는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과 반도체 1위를 다투는 인텔도 알이100 목표를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첨단 반도체 공정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에이에스엠엘(ASML)의 경우 2040년까지 고객업체까지 ‘넷제로’(온실가스 배출량-흡수량=0)를 달성한다고 밝혀 삼성전자의 글로벌 지위를 위협하는 위기 요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장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알이100 달성과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유지하기 위해선 기업 자체 노력뿐 아니라 전력 공급 계획을 주도하는 정부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며 “용인 산단이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공급 로드맵을 구축할 수 있도록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해소 및 해상풍력 인허가 제도 정비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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