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격변 예고…드골의 우파, 르펜의 극우와 연대 선언(종합)
공화당, 충격 속 내홍…합종연횡 속 좌파정당도 연대 분주
"르펜 정당, 여론조사상 과반 미달…공화당 의석이 결정적"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프랑스의 중도우파 기성정당인 공화당이 수십 년 금기를 깨고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과 연대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극우 정당의 유럽의회 선거 돌풍에 맞서 던진 조기 총선 승부수가 합종연횡을 촉발하면서 정가가 격랑에 휘말렸다.
공화당의 에리크 시오티 대표는 11일(현지시간) 프랑스 TF1 뉴스에 나와 유럽의 간판 극우인사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RN과 제휴를 이번 총선에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시오티 대표는 "우리 자신을 유지하면서 동맹을 맺을 필요가 있다. RN 및 그 후보자들과의 동맹"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지난 9일 끝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단 6석을 얻어 5위에 머물렀다.
시오티 대표는 공화당이 좌파와 중도파들의 국가 위협을 막기에는 너무 허약하다고 설명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RN의 하원 원내대표인 르펜은 시오티 대표의 이런 결정에 대해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많은 선거에서 (RN을) 패배하게 했던 40년간의 '방역선'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주류 정당들은 '방역선'으로 알려진 각종 규제 전략으로 극우 정당을 견제해왔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TF1 뉴스에 공화당과 RN의 연대와 관련, 양당 간에 협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조기 총선에서 수십명의 공화당 후보들이 당선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정통 보수 우파인 공화당이 극우 정당과 연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N의 전신이던 극우정파는 이슬람 혐오, 홀로코스트 부정 등의 이유로 프랑스 내 다른 정당의 기피 대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샤들 드골,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등과 같은 대통령을 배출한 공화당에서는 충격과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극우 정당의 현실적인 기세를 인정해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지만 당내 반발이 일면서 보수 정당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인다.
공화당 소속 제라르 라셰 상원 의장은 RN과의 연대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오티 대표의 사임을 촉구했다.
공화당 고위 인사인 그자비에 벨트랑은 시오티 대표를 향해 "극우와 협력을 선택한 것은 배신"이라고 비난하며 당의 제명을 요구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2차 대전 직전 나치 독일과 맺은 뮌헨협정에 비유하며 드골파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뮌헨협정은 1938년 영국과 프랑스가 2차 대전을 막기 위해 아돌프 히틀러 나치독일 총통의 체코슬로바키아 수데텐란트 양도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이 협정은 2차 대전을 막지 못했다.
드골은 2차 대선 때 프랑스 레지스탕스 지도자이자 프랑스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이다.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당 소속의 야엘 브룬 피베 하원의장은 "오늘 자크 시라크가 두 번 죽었다"며 "시오티가 방금 공화당 우파를 암살했다"고 성토했다.
RN과 제휴가 프랑스 현대 정치사에서 우파 진영의 거두로 2019년 별세한 시라크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비판한 것이다.
소피 프리마스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2명은 시오티 대표의 행보에 반발해 탈당 의사를 밝혔다.
유권자들도 충격을 받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변호사 프랑크 모렐(55)는 "엄청난 고통으로 거의 울고 싶은 지경"이라며 "드골주의(드골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 유산에 대한 상상할 수도 없는 배신"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61명 가운데 10명가량이 RN과의 연대에 동조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화당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좌파 진영도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손을 잡고 있지만 불협화음 또한 나오고 있다.
LFI, 공산당, 사회당, 녹색당 등 좌파 대표 4개 정당은 지난 10일 '인민 전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한 뒤 선거구에서 단일 후보를 내세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럽의회 선거에 사회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LFI의 공격을 받은 라파엘 글뤽스만이 어떤 공식적인 합의도 없었다며 사회당은 LFI와의 어떤 협정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화당과 RN은 물론 좌파 진영까지 연합 전선 구축을 추진하는 것은 중도 좌파(사회당) 및 중도 우파(공화당) 세력을 결집해 조기 총선에서 RN을 이기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초 예정했던 기자회견을 12일로 하루 미루고 정계 개편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조기 총선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집권 여당의 공약과 비전을 설명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11일 보도된 피가로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조기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대통령 자리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결과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이 동거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여론조사 업체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프랑스 성인 2천744명을 대상으로 조기 총선 1차 투표 때 지지 정당을 온라인 설문조사 한 결과, 지지율은 RN이 34%로 가장 높았고 좌파 연합(22%),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19%), 공화당(9%) 등의 순이었다.
또 다른 여론조사 업체 IFOP가 프랑스 성인 1천11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는 36%가 RN의 승리를 희망했다.
로이터 통신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볼 때 RN은 하원에서 현재 88석보다 월등히 많은 235~265석을 얻을 수 있지만 절대 과반(총 577석 중 289석)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여론 조사상 공화당이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40~55석을 합하면 과반이 되지만 총선 결과가 실제 어떻게 나올지는 불확실하다.
조기 총선의 1차 투표는 이달 30일, 2차 투표는 다음 달 7일 실시된다. 공식 선거 운동은 오는 17일 시작된다.
kms1234@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야탑역 '흉기난동' 예고글…익명사이트 관리자의 자작극이었다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수능날 서울 고교서 4교시 종료벨 2분 일찍 울려…"담당자 실수" | 연합뉴스
- 머스크, '정부효율부' 구인 나서…"IQ 높고 주80시간+ 무보수"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
- "콜택시냐"…수험표까지 수송하는 경찰에 내부 와글와글 | 연합뉴스
- 전 연인과의 성관계 촬영물 지인에게 보낸 60대 법정구속 | 연합뉴스
- '앙투아네트 스캔들 연관설' 다이아 목걸이 67억원 낙찰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