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법왜곡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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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1심 유죄 판결에 화가 난 더불어민주당에서 '법왜곡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법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법을 왜곡해 부당한 기소나 판결을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다.
패전 뒤 나치 청산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면서 여기에 가담한 판사들을 법왜곡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정치검찰' 시비가 끊이지 않는 윤석열 정권에서 법왜곡죄 도입은 '뜻밖의 결과'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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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1심 유죄 판결에 화가 난 더불어민주당에서 ‘법왜곡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재판부가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 회유” 주장에도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 대납’이라는 검찰 주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법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법을 왜곡해 부당한 기소나 판결을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다. 이 법을 시행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제국 시대인 1871년에 만들어진 독일 형법 제339조는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 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 당사자 일방이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독일에서 이 법이 이슈가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나치에 부역한 판사들을 처벌하는 문제가 제기됐을 때다. 앞서 히틀러는 권력을 장악한 뒤 ‘민족법원’을 만들어 자신의 정적을 포함한 수천명에게 사형을 선고한 뒤 곧바로 처형했다. 패전 뒤 나치 청산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면서 여기에 가담한 판사들을 법왜곡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부역 판사들 가운데 법왜곡죄로 처벌된 판사는 극소수(2명)에 그쳤다. 당시 판결이 합의부의 평의로 결정돼서 개별 판사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알 수 없는데다, ‘나치 정권에서 만든 법에 따라 판결했을 뿐’이라는 부역 판사들의 항변을 동료 판사들이 받아준 탓이 컸다.
독일의 법왜곡죄는 법관의 단순한 실수나 오판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재판 당사자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게 법을 적용할 의도가 있었음이 입증돼야 한다. 물론 판결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가 이 법을 악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 단계에서 이런 남용은 대부분 걸러진다고 한다. 법왜곡죄로 처벌되는 사례가 극히 드문데도 독일이 이 법을 폐지하지 않는 이유는 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을 의식해 판사들이 정확하게 판결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선행 조건이 있다.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독립돼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왜곡죄가 정치권력에 의해 판사를 억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정치검찰’ 시비가 끊이지 않는 윤석열 정권에서 법왜곡죄 도입은 ‘뜻밖의 결과’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처벌하는 법은 적을수록 좋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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