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업장 노동자일수록 더 위험한 일터…개선통로는 너무 좁아

김지환 기자 2024. 6. 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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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성덕환 기자

5인 미만 사업장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일수록 작업장 내 유해요인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는 실증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가장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지만 노동조합 등 안전보건 보호자원에 접근하는 것은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승섭 교수·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강태선 교수 연구팀은 지난 7일 안전보건 국제학술지 ‘SH@W’에 ‘사업장 규모에 따른 산업보건 유해요인과 보호자원 불평등: 한국 제조업 노동자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 제조업 사업장 내 유해요인과 보호자원 분포를 사업장 규모별로 분석한 첫 시도다.

논문은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17년 실시한 5차 근로환경조사를 분석 자료로 삼았다. 6차(2020~2021년) 근로환경조사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특수성이 반영돼 있어 시기적으로는 가깝지만 자료로 삼지 않았다. 근로환경조사는 만 15세 이상 취업자 5만명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된다.

연구팀은 근로환경조사 대상자 중 제조업 노동자로 분석 대상을 좁혔고, 표본(가중치 적용)은 5879명이다. 사업장 규모는 5인 미만, 5~49인, 50인 이상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유해요인 파악은 물리·화학적 위험 9가지, 인간공학적 위험 6가지, 심리적 위험 3가지 등 총 18가지 항목에 대한 응답을 토대로 했다. 보호자원은 노동조합·노동자협의회, 안전보건대표자·안전보건위원회,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정기회의, 안전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창구, 건강·안전에 대한 정보제공 등 5가지의 유무가 기준이다.

분석 결과 5인 미만, 5~49인 사업장 노동자는 유기용제 증기,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불편한 자세, 정서적으로 불안한 환경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해요인에 노출되는 비율이 5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보다 높았다.

물리·화학적 위험 항목인 ‘심한 소음’ 노출은 5인 미만이 37.6%, 5~49인이 34.9%, 50인 이상이 33.4%였다. 인간공학적 위험 항목인 ‘반복적인 손·팔 동작’은 5인 미만이 83.4%, 5~49인이 76.4%, 50인 이상이 73.7%였다. 심리적 위험 항목인 ‘화가 난 고객 등 제3자 상대’는 5인 미만이 13.3%, 5~49인이 7.9%, 50인 이상이 5.7%였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유해요인에 더 많이 노출돼 있었지만 조직적 보호자원은 현저히 부족했다.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개선 요구를 대변할 노조·노동자협의회가 있는 비율은 5인 미만이 2.7%, 5~49인이 7.6%, 50인 이상이 37.4%였다. 안전보건대표자·안전보건위원회가 있는 비율도 5인 미만이 2.2%, 5~49인이 12.5%, 50인 이상이 42.7%였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제도적으로도 사각지대에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산업안전보건법 뼈대인 2장(안전보건관리체제)과 3장(안전보건교육)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중대재해처벌법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제외다.

논문은 “(소규모 사업장이 안전보건 사각지대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유해요인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법적 규제, 보호자원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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