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트랜시스, 사우디서 3조원 수주 ‘잭팟’

감속기 일체형 EV 구동시스템
해외 완성차 업체 공급 첫 사례
2027년부터 10년간 납품
설계자유도, 원가경쟁력 강점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과 제임스 델루카 시어(CEER) 최고경영자(CEO)가 경기도 동탄 현대트랜시스 본사에서 ‘일체형 전기차 구동시스템(EDS)’공급 계약식을 가졌다.<현대트랜시스>

현대트랜시스가 전기차 핵심 부품인 감속기를 모터, 인버터 등과 결합한 전기차 구동시스템을 사우디아라비아 전기차 제조사 시어(CEER)에 공급한다. 현대트랜시스가 현대차그룹 완성차 브랜드 외 비계열사로부터 따낸 첫 공급 계약이다. 공급 규모는 3조원으로, 2027년부터 시어가 생산하는 모든 차종에 이 시스템이 탑재된다. ▶6월 11일자 A13면 보도

현대트랜시스는 경기도 동탄에 위치한 현대트랜시스 본사에서 시어 모터스와 ‘일체형 전기차 구동시스템(EDS)’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12일 밝혔다. 계약식에는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과 제임스 델루카 시어 최고경영자(CEO)등이 참석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부터 10년간이다.

3조원이라는 계약 규모는 현대차그룹 부품사로서는 이례적으로 큰 금액이다. 현대트랜시스 시가총액의 10배에 달하는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폭스바겐으로부터 수조원대 배터리 시스템을 수주하면서 달성한 역대 최고 연간 수주 금액이 12조원이다.

현대트랜시스가 독자개발한 EDS 시스템의 차별성이 주요 전기차 부품사들과의 수주 경쟁에서 승리한 비결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보쉬, 보그워너, 마그나 등 전기차 부품사들이 전기차 핵심부품을 각각 제작하는 것과 달리 현대트랜시스는 전기차에서 엔진 역할을 하는 모터, 변속기 역할을 하는 감속기, 차량 토크를 제어하는 인버터를 EDS라는 하나의 구동시스템으로 묶어 만든다.

이 같은 ‘3-in-1’시스템은 각각의 부품을 따로 제작해 넣을 때보다 크기가 작아 차량 공간 활용성을 높이고 특히 차체 설계의 자유도를 크게 향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어가 아직 차량 설계 단계에 있는 만큼 이 같은 EDS시스템의 장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EDS 시스템은 원가경쟁력이 높고 모터, 인버터, 감속기를 각각 연결하는 케이블이 적어 전력 효율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시어의 전기차 생산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책사업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 역시 ‘통 큰’ 계약의 배경이다. 2016년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신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제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시어는 2022년 사우디 국부펀드 PIF와 대만 전자기기 위탁 생산업체 폭스콘이 합작해 설립됐다. 현재 시어의 이사회 의장은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맡고 있고, 투자부, 에너지부 등 5개 부처 장관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가 공급하는 EDS 시스템은 현재 출시 예정인 시어의 모든 양산형 전기차 모델에 탑재된다. 시어는 순수전기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각각 1종을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가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전기차 생산, 수도 리야드의 전기차 보급률을 30%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운 만큼, 시어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지원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트랜시스의 전기차 감속기는 현재 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5, 기아 EV6, EV9, 제네시스 GV60 등 현대차그룹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차종에 탑재되고 있다. 2021년 41만대였던 감속기 연간 생산능력도 지난해 92만대, 올해 112만대로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