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흉기에 시한부 된 남편...아내는 법정에서 “엄벌”
아내 “사과 한 마디 없이 감형 억울”
“판사님 제발 엄벌에 처해주세요.”
12일 광주지법 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59)씨에 대한 첫 공판에서 피해자 아내 조모(67)씨에게 이례적으로 발언권을 줬다. 조씨는 자신의 남편에게 흉기를 휘두른 가해자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 하고 방청석에서 숨죽여 흐느끼고 있었다.
조씨는 재판부를 향해 “암환자인 남편이 심한 외상까지 입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공격 당해 사경을 헤매는 남편의 억울함을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조씨는 “가해자 측으로부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며 “치료비도 보상도 필요 없으니 제발 엄벌을 내려달라”고 했다.
A씨는 지난달 6일 전남 영광군의 한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던 조씨의 남편, 김모(62)씨를 흉기로 20여 차례 찌르고 마구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조현병 치료 이력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에 앞서 피의자 신문에서 “김씨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A씨는 김씨가 부모를 괴롭힌다는 망상에 빠져 공격했다”며 공소 사실을 밝혔다.
조씨는 “남편이 앞으로 한 달밖에 살지 못 한다”고 했다. 김씨는 약 2년 전부터 간암 항암치료를 받아 오던 암환자였다. 치료에 차도가 있었던 덕분에 의사로부터 “나아지고 있다”는 말도 들었지만 A씨의 흉기에 찔린 뒤 모두 허사가 됐다. 간과 폐에 심한 외상을 입어 항암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피해자 아내의 법정 발언은 재판에 앞서 조씨의 ‘엄벌 탄원서’를 받았던 재판부가 방청석에서 조씨가 흐느끼는 모습을 알아보면서 이뤄졌다. 재판부는 발언을 마치고도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조씨에게 “피해자 측 발언을 감안해 판결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조씨는 법정을 떠나기 직전 작은 종이를 꺼내 가해자의 이름 석자를 써 내려갔다. 조씨는 “법정에 와서야 이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해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가해자가 사과 한 마디 없이 조현병을 주장해 감형 받으려는 태도는 피해자 입장에서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A씨는 재판부에 편집조현증을 앓고 있기 때문에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선처를 바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조현병을 감형 사유로 보지 말아달라는 피해자의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들의 ‘심신미약 인정’은 법률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공 교수는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범죄 발생률이 정신질환자가 아닌 사람보다 높다고는 할 수 없다”며 “조현병은 정신질환이기 때문에 처벌 강화보다는 중증화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꾸준한 관리와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조현병을 불가피한 심신미약 상태로 봐야 하는 예시로 ‘음주’를 꼽았다. 그는 “음주도 피의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사유 중 하나지만 범죄 원인으로부터 스스로 예방할 수 있는 자유로운 행위이기 때문에 심신미약으로 인정하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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