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루율 0.415’ 최재훈, 쉴 틈이 없다…‘2번째 포수’의 활약이 필요한 한화
“잘해줘라 좀.”
지난 3일 취임한 김경문 한화 감독은 당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첫인사를 나눴다.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주전 포수 최재훈(35)과 마주해선 “잘해줘라”라며 뼈 있는 한마디를 날렸다.
언뜻 ‘경고’처럼 보일 수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포수 출신으로 명장 반열에 오른 김 감독은 공수에서 포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다. “기대가 크다”는 의미였다. 두산에서 뛰던 시절 잠깐 김 감독의 지휘를 받았던 최재훈도 금세 속뜻을 알아차렸다.
김 감독의 이 같은 믿음은 기용 방식에서 잘 드러났다. 최재훈은 김 감독 부임 후 치른 7경기에서 전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선발 출전했다. 백업인 박상언은 대타나 대수비로만 쓰였다. 최재훈은 투수 리드와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 특히 뛰어났다.
7경기 타율이 0.400, OPS가 1.088에 달했다. 득점권 타율은 0.429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근 ‘반짝’하는 것도 아니다. 11일 기준 최재훈의 출루율은 0.415다.
그렇다고 남은 시즌 최재훈만 쓸 순 없는 노릇이다.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나길 반복해야 하는 포수는 체력 소모가 큰 포지션이다. 승부처인 여름에 대비해 미리미리 체력 관리를 해줘야 한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부상 예방도 중요하다.
최재훈은 앞서 4월 옆구리 부상으로 열흘간 부상자 명단에 든 적도 있다.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선 4회초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왼쪽 허벅지에 불편함을 느껴 교체되기도 했다. 다행히 병원 검진까지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한화로선 최재훈의 짐을 덜어줄 2번째 포수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그런 점에서 또 따른 베테랑 포수 이재원의 활약이 반갑다. 개막 초반 최재훈의 백업 역할을 잘 소화하던 이재원은 4월30일 인천 SSG전에서 파울 뜬공을 잡으려다가 경기장 구조물에 부딪힌 여파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군에서 39일간 재정비한 그는 11일 두산전에 앞서 김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최재훈 대신 4회말 포수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재원은 당일 처음 본 외국인 투수 하이메 바리아와 능숙하게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타석에선 2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올해 KBO리그는 2번째 포수의 존재감이 커졌다. 두산엔 양의지 뒤에 김기연이, 삼성엔 강민호 뒤에 이병헌이 있다. KIA는 김태군과 한준수가 고르게 포수 마스크를 쓴다. ‘가을야구’ 진출을 목표로 내건 한화에도 최재훈의 뒤를 받칠 확실한 2번째 포수가 필요하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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