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류현진도 이게 두려웠다… 150㎞ 폭발에 ABS까지 적응, 2019년 양현종처럼 질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KBO리그를 강타한 최대 이슈는 단연 류현진(37·한화)의 KBO리그 복귀였다. KBO리그를 평정한 류현진은 2013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한국을 떠났다. 이후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그런 ‘괴물’의 복귀였다.
메이저리그 잔류와 KBO리그 복귀를 놓고 고민하던 류현진은 한화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결국 행선지를 틀었다. 메이저리그 몇몇 구단이 류현진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더 늦으면 한국에서 정상적인 기량을 보여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류현진은 의리를 택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압박감도 쏟아졌다. 류현진이라는 브랜드에 걸리는 기대치는 어마어마했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류현진이 한국에 돌아오면 1점대 평균자책점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쏟아졌다. 류현진이 가세한 한화가 포스트시즌에 갈 만한 전력이 됐다는 평가도 지배적이었다. 사실 모두 류현진에게는 큰 압박감으로 작용하는 명제였다. 류현진도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메이저리그로 갈 때와는 또 다른 압박감에 스트레스도 받았다. ‘멘탈 괴물’로 불리는 천하의 류현진도 팬들의 기대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류현진은 당시 기대, 지금도 여전히 걸리는 기대에 대해 “처음에는 의식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게 많았다”고 털어놨다. 스스로도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제 그런 압박을 내려놓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류현진은 “이제 다 내려놨다”고 웃으면서 “그냥 똑같이 선발 투수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생각한다”고 했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몸 상태는 계속 올라오고 있고,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리고 ABS존에도 계속 적응하는 중이라면서 앞으로는 큰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류현진의 자신의 말대로 시즌 초반의 부진을 점차 만회하는 중이다. 5월 14일 NC전에서 6이닝 2실점, 5월 19일 삼성전에서 5이닝 무실점, 5월 25일 SSG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리고 직전 등판이었던 6월 6일 kt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으로 또 잘 던졌다.
류현진의 올라오는 몸 상태, 그리고 ABS존을 이용하는 제구력을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류현진은 6일 kt전 당시 최고 시속 149.8㎞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150㎞의 벽에 다다른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150㎞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여기에 이강철 kt 감독이 감탄할 정도의 보더라인 제구력을 보여줬다.
압박감을 애써 내려놓고 남은 시즌 동안 자신이 할 것을 하겠다고 선언한 류현진의 성적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사실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에서는 항상 리그 TOP 3 내에 있었던 류현진이다. 평균자책점도 FIP를 따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실제 그렇다. 류현진은 압도적인 피장타 억제를 바탕으로 평균자책점 또한 깎아 내리고 있다. 5월 8일 롯데전 직후 당시까지만 해도 평균자책점은 5.65로 류현진답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네 경기를 치르면서 평균자책점은 4.09까지 내려왔다. 한 달 사이에 거의 1.5를 깎았다. 이제 3점대 진입도 눈앞이다. 근래 컨디션이라면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수치다.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있고, 류현진이 만회할 수 있는 경기도 많이 남았다. 아직 시즌은 절반도 치르지 않은 시점이다. 2019년 2.29의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양현종(36·KIA)도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5월 이후 순항하면서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 낸 케이스로 뽑힌다. 당시 4월을 마무리한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8.01로 이해할 수 없는 부진을 보였다. 그러나 5월 이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준 가운데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2019년 6월 6일까지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3.91이었다. 현재 류현진과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다. 양현종은 7월 마지막 경기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에 진입했고, 이후로는 다시 3점대로 가는 일 없이 시즌을 마무리했다. 비록 당시 양현종의 나이(만 31세)와 지금 류현진의 나이(만 37세)는 차이가 있지만, 류현진이라면 비슷한 코스를 밟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들기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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