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뭉개졌다" 코에 계속 염증...의사 '괜찮다' 했는데 희귀질환, 무슨 병?

정은지 2024. 6. 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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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여러 장기를 공격하는 희귀 질환 GPA...임신 중에 증상 나타났지만 의사는 괜찮다고만 해, 코가 무너지고 난 후에야 진단 받은 사연
정상적으로 오똑한 코를 가졌던 여성이 어느날 코가 무너지는 증상을 겪고 희귀질환을 진단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갈무리]

정상적으로 오똑한 코를 가졌던 여성이 어느날 코가 무너지는 증상을 겪고 희귀질환을 진단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선 등 보도에 따르면 영국 링컨셔에 사는 33세의 아만다 켄빈은 매우 드문 질환인 다발성 혈관염을 동반한 육아종증(Granulomatosis with Polyangiitis, GPA)과의 고통스러운 싸움을 겪고 있다.

아만다는 현재 두 살이 된 아들 토비를 임신했을 때 두통, 부비동염, 관절통을 비롯해 유방에 큰 농양 생기는 등의 전에 없던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의사는 출산 후에 증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했지만 아들이 태어난 후 두통과 부비동 통증이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손의 감각이 없어져 아들을 침대에서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아만다는 "계속 병원에 갔지만 의사들은 산후라서 그럴 것이다, 나아질 것이라고만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괜찮아질거란 의사의 말과는 달리 부비동 통증과 두통은 지속됐고 아기를 계속 들어 올릴 수 없는 등 이상한 증상이 반복돼 매주 병원을 다시 찾았다. 그때마다 별다른 진단 결과를 받지 못했다. 다리에 감각을 잃은 적이 몇 번 있어서 남편이 아만다를 병원으로 급히 데려가야 한 일도 생겼다. 병원에서는 감염 표지자를 제외하고는 혈액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며 별다른 이상없다는 식으로 또 돌려보냈다.

친구가 코가 이상하다해 코 무너져 있어...병원 갔더니 이제서야 GPA 진단

그러던 어느 날, 친구를 만나던 중 그로부터 코가 이상하다고 해서 거울로 얼굴을 봤더니 코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코에 통증만 있어왔지 코 형태가 뭉개진건 그때 처음 일어난 것이었다. 다시 병원을 찾았고 그때서야 GPA를 진단 받았다.

GPA는 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여러 장기를 공격하는 희귀 질환이다. 영국에서는 10만 명 중 약 1명만이 진단받는 매우 드문 병이다. 진단 후 아만다는 눈물샘 감염을 막기 위해 양쪽 눈에 레스터 존스 유리 튜브(Lester Jones tube)를 삽입해야 했다. 이 튜브는 눈의 내측(코 쪽) 모서리에 삽입돼 눈물 배출을 돕는 역할을 한다. 기도가 좁아져 6개월마다 기관지를 열기 위한 수술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아만다는 숨이 차서 노래를 부를 수도 없고 계단을 오르는 것도 힘들다. 기침을 하거나 너무 크게 웃으면 코피가 쉽게 터진다. 작은 자극에도 염증이 공격해 매일같이 코피를 닦아야 한다. 아만다는 "화학 요법과 스테로이드로 인해 얼굴 너무 변했고, 무엇보다 코가 이상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만다는 현재 면역 요법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3개월 동안 강력한 화학 요법을 통해 이 질환이 얼굴을 공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급격한 외모 변화를 겪으며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풀타임 직장에서 파트타임으로 전환해야 했고, 극심한 피로로 매일 밤 8시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GPA는 아만다의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재미있고 활기찬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힘을 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부비동염, 눈충혈 쌕쌕거림 등 증상으로 시작되는 GPA, 유병률 매우 낮아

과거에는 '베게너 육아종증'으로 알려졌던 다혈관염을 동반한 육아종증(GPA)은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 질환이다. 보통 코피, 딱지 형성을 동반한 비 충혈, 부비동염, 목쉼, 귀 통증, 중이 내 액체, 눈 충혈과 통증, 쌕쌕거림, 기침으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노인이나 중년층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모든 연령대, 심지어 어린이에게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다발성 혈관염을 동반한 육아종증(GPA)의 유병률은 매우 낮다. 한국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0년부터 2018년까지 GPA의 연간 발생률은 0.48명/100,000 인구, 유병률은 2.40명/100,000 인구 수준이다. 국내에서 GPA는 주로 60-69세 사이의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GPA는 주로 귀, 코, 신장, 폐 및 부비동에 영향을 미치며 상태가 심할 수 있지만 약물을 사용하면 환자는 비교적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 GPA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면역 체계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된다. GPA는 신체의 어느 부분에 영향을 받는지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증상이 대표적이다.

△피로, 고열, 식욕 부진, 쇠약, 체중 감소 및 관절통

△폐 문제, 가슴 통증, 쌕쌕 거림 및 호흡 곤란

△소변의 혈뇨, 고혈압, 신장 염증과 같은 신장 문제

△피부의 발진, 자주색 반점 또는 덩어리

△청력 상실, 코 막힘 또는 귀 통증과 같은 귀, 코 또는 인후 문제

△눈의 자극 또는 복시

△복통, 설사 또는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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