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 불법촬영물까지 추적···작년에만 24만건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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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무실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이곳에선 불법촬영물 감시 시스템이 24시간 365일 분주히 돌아가고 있다.
11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8년 센터 개소 이래 처음으로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 작업을 시연했다.
디성센터가 현행 삭제지원시스템을 본격 도입한 건 지난 2021년경이다.
현행법에는 불법촬영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은 있지만 정작 이를 수행하는 디성센터에는 법적 권한이 부여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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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센터 개소 이래 삭제지원 작업 첫 시연
지난해에만 24만건 삭제···인력 1인당 1.2만건꼴
'DNA 검색' 활용해 변형·가공된 영상도 잡아내
삭제요청 불응·인력 부족은 고질적인 애로사항
"법 개정 통해 디성센터 설치 근거 등 명확히 해야"
#11일 오전 방문한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지원센터. 평범한 사무실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이곳에선 불법촬영물 감시 시스템이 24시간 365일 분주히 돌아가고 있다. 이 시스템은 국내외 대표적인 불법 성인사이트 310곳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모든 영상·사진을 수집한다. 피해자 상담이 접수되면 피해자가 삭제를 요청한 촬영물과 유사한 영상·사진을 자체 검색 기술을 통해 뽑아낸다. 담당자는 피해자가 신고한 촬영물과 동일한지를 확인한 뒤 곧바로 해당 촬영물을 수사기관(경찰·검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온라인 사업자 등에 삭제 요청한다.
11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8년 센터 개소 이래 처음으로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 작업을 시연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정보 유출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한 뒤 참관할 수 있었다. 시연 내용 촬영·녹음도 물론 금지됐으며 촬영물을 비롯해 피해자 관련 정보는 모두 모자이크 처리됐다.
디성센터가 현행 삭제지원시스템을 본격 도입한 건 지난 2021년경이다. 그 전까지는 온전히 팀원들의 수작업에 의존해야 했다. 두 차례 고도화를 거쳐 현재 2.0 버전까지 업그레이드된 이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DNA 검색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 기술은 클라이언트 프로그램(VDE)를 통해 영상의 특징점을 뽑아낸다.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해시값(각각의 파일에 부여되는 고유의 암호 배열) 기반 검색 기술과 달리 흑백·반전·자막·배속 처리 등 조작된 영상 역시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피해자가 등장하는 영상을 보다 쉽게 찾아내 삭제할 수 있다.
디성센터는 삭제지원시스템을 활용해 지난 한 해 동안에만 24만 5416건의 불법촬영물 삭제를 지원했다. 전체 피해지원(27만 5520건)의 89%에 달하는 수치다. 피해지원 건수는 2018년 3만 3921건에서 시작해 2020년 17만 697건, 2022년 23만 4560건 등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강명숙 상담연계팀장은 “최초 지원기간은 3년이지만 대부분 피해자들이 불법촬영물 재유포를 우려해 지원 기간을 연장하기 때문에 피해지원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삭제를 완료하기까지는 애로사항이 많다. 특히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의 경우 삭제요청을 아예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진흥원 측에서는 성폭력방지법 개정을 통해 디성센터의 명확한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현행법에는 불법촬영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은 있지만 정작 이를 수행하는 디성센터에는 법적 권한이 부여된 게 없다.
박성혜 삭제지원팀장은 “삭제를 요청하면 불법 사이트 측에서 ‘당신이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센터냐’며 불응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하며 “설치근거법에 국제협력과 관련된 내용도 명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질적인 인력난도 걸림돌이다. 현재 센터 인력은 총 39명에 불과하고 그 중 3분의 1(13명)이 기간제 직원이다. 삭제 담당 인력은 15~20명이다.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지난해 2명 증원된 이후 올해는 증원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규직 1명이 수행하는 삭제 지원이 비정규직 인력보다 배 이상 효율성이 있어 증원은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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