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게임체인저’ 차세대 원전 첫 삽…SK, 잭팟 터뜨릴까
2030년 상용화 성공시 ‘460조원’ 시장 주도 가능성↑
‘3300억원’ 투자한 SK의 새 먹거리로 부상하나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하고 SK가 투자한 원자력 기술 혁신기업 '테라파워'가 미국에서 첫 4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에 착수했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이 높아서 미래 에너지 산업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원전이다.
테라파워는 실증 원자로를 2025년 설치하고 생산 효율 등이 검증되면 2030년 상업 운전하는 게 목표다. 원전 기술 강국이 앞 다퉈 SMR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가운데, 실증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선도 투자자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SK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빌 게이츠와 웨런 버핏의 의기투합, 상용화로 이어질까
SK에 따르면, 테라파워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착공식을 열고 4세대 SMR 원자로인 '나트륨(Natrium)'을 포함, 전력 생산 장비 등 기타 제반 공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실증단지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소유한 전력회사 파시피콥의 석탄화력발전소 부지 내에 345㎿(메가와트) 규모로 조성된다. 이는 동시에 2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테라파워는 2030년까지 SMR 실증단지를 완공하고 상업운전까지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빌 게이츠와 세계적 투자자 워렌 버핏의 야심찬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비용은 최대 40억 달러(약 5조5096억원)다.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20억 달러는 미국 에너지부가 주도하는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RDP)의 일환으로 지원받았다.
SMR은 출력이 대형 상업 원전의 5분의 1 수준인 차세대 소형 원전이다. 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을 하나의 용기로 모듈화해 공사기간이 2~3년에 불과하다. 모듈형으로 구성돼 기존 원전에서 발생하던 냉각수 누설 등 안전사고를 줄여 안전성도 높다는 평가다. 또한 기존 대형 원전에서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여 부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게 필요해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 등 전력수요가 많은 산업단지 근처에 조성하기 유리하다.
특히 테라파워가 보유한 4세대 SMR은 고온인 핵연료를 식히는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는 기존 '경수로 원자로'와 달리 나트륨을 냉각재로 쓴다. 나트륨은 물보다 훨씬 높은 880℃에 끓기 때문에 고온에서 가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물을 사용하지 않아 오염수가 발생하지 않고 발전후 핵폐기물이 경수로 원자로보다 10분의 1 수준이다.
'선도 투자자' SK, 640조 시장 선점 부푼 꿈
미국·프랑스·러시아·한국·중국 등 원전 기술을 보유한 나라들은 국가 차원에서 SMR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시장 지배적 기술이나 표준이 아직 형성되지 않아 가장 먼저 실증에 성공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프로젝트에 원전 업계의 관심이 큰 이유다.
세계원자력협회는 지난해 8조5000억원 규모였던 SMR 시장이 2035년 6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증사업에 성공할 경우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AI(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 센터 등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서다.
특히 재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SK가 초기 선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서다. 최태원 SK 회장은 2021년 10월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 감축 기여' 목표를 밝힌 뒤 SMR 경쟁력에 주목해왔다. 이후 1년여의 검토 끝에 2022년 SK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와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3444억원)를 투자했다. 당시 SK는 빌 게이츠와 함께 테라파워의 '공동 선도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 회장도 SMR에 상당한 기대를 품고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SK는 테라파워와 함께 2030년까지 SMR 상용화를 추진 중인데 양국 기업이 기술 협력을 통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경제안보 파트너십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증사업과 상용화가 성공할 경우 SK는 기술 전반에 대한 주도권을 쥘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교두보로 삼아 국내를 비롯해 동남아 등지에서 SMR 상용화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투자 당시에도 SK는 "테라파워의 원자로 상용화 사업에 참여해 무탄소 전력 수급을 통한 탄소 중립 실현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착공식에 참석한 김무환 SK㈜ 부문장은 "테라파워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 민간기업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상업화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며 "향후 테라파워와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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