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허울, 임금체불 제작사가 스태프 돈까지 빌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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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케이(K) 콘텐츠' 전성시대라는 평가에도 일선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지위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탓에 임금체불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언에 나선 피해 당사자는 "최근 방송계에서는 협찬사가 제작비를 지원해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 대다수다. 외주제작사는 협찬금을 통해 제작비를 지원받고, 방송사는 송출료를 받고 편성을 해준다. 그런데 협찬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방송사와 협찬사 사이 계약이 해지되고, 외주제작사 역시 '자신도 피해자'라면서 책임을 협찬사에 전가하면서 제작사에 고용됐던 스태프들에 대한 대규모 임금체불 사태가 벌어진다. 피해를 제작진이 떠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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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케이(K) 콘텐츠’ 전성시대라는 평가에도 일선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지위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탓에 임금체불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 제작 시스템이 외주화·분업화되면서 언제든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그 피해로부터 현장 스태프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이들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산업 차원의 방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는 지난 11일 ‘방송산업 임금체불 고발 증언대회’를 열고 임금체불 실태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0일부터 운영해온 임금체불 특별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2023년 이후 기준)는 14건으로, 120명 이상의 종사자가 누적 12억원 이상의 임금 미지급 피해를 겪고 있다고 한빛센터는 밝혔다. 아직 이달 30일까지 신고 기간이 남아 있고 드러나지 않은 피해도 예상되는 만큼,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임금체불 피해는 피디·작가·연출·촬영·조명·분장·의상·배우 등 제작 현장 전 직군에 걸쳐서 나타났고, 티브이 케이블채널의 예능프로그램, 오티티(OTT) 납품용 웹드라마, 유튜브 채널용 홍보 프로그램 등 플랫폼과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한빛센터는 이미 프로그램에 차질에 생겨 임금이 체불되기 시작했음에도 제작사가 지급을 약속하며 제작을 강행하는 양상이 공통으로 반복되고, 제작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스태프로부터 돈을 빌리는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피해 사례로 제시된 한 신생 외주제작사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작가 14명, 피디 10명을 고용하였으나 첫 임금부터 지급하지 못하며 삐거덕댔다. 이에 제작사 대표는 선임 작가들에게 카드론 대출까지 요청하여 자금을 융통했으나 결국 제작사·협찬사와 방송사 사이 계약에 문제가 생겨 프로그램 편성이 무산되고 제작도 중단됐다. 제작진은 노동청에 임금체불 신고를 했으나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증언에 나선 피해 당사자는 “최근 방송계에서는 협찬사가 제작비를 지원해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 대다수다. 외주제작사는 협찬금을 통해 제작비를 지원받고, 방송사는 송출료를 받고 편성을 해준다. 그런데 협찬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방송사와 협찬사 사이 계약이 해지되고, 외주제작사 역시 ‘자신도 피해자’라면서 책임을 협찬사에 전가하면서 제작사에 고용됐던 스태프들에 대한 대규모 임금체불 사태가 벌어진다. 피해를 제작진이 떠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방송 제작 형태, 송출 플랫폼이 다양화하면서 제작 편수나 분량은 팽창했지만 노동계약의 투명성, 지급의 안정성 등 환경은 거의 무법의 사각지대인 것 같다”라며 “오늘 나온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윤 위원장은 “노동당국뿐 아니라 이러한 방송 외주 제작 산업 관리에 책임이 큰 문체부를 통해서 관련 사안들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최소한 문제의식은 있는지 확인하겠다”라고 했다.
김도하 노무사(노무법인 해든 경기센터)는 최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계약 형식보다 실질적인 근로 제공 내용을 통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런 사례가 무색하게도 노동청에서는 계약서 제목이 ‘용역계약서’라던가, 임금에서 4대 보험이 아닌 3.3% 공제(개인사업자 소득세)가 이뤄졌다던가 하는 형식적인 지표만 보고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법원·노동위의 판단과 정면 배치되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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