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도전한다는 LG, 달릴만 하면 ‘스톱’···염경엽 감독이 폭발한 이유[스경x이슈]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11일 선발 투수 최원태(27·LG)를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불같이 화를 냈다. “무책임하다.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매우 이례적이다.
LG는 이날 대구 삼성전 선발 등판 예정이던 최원태가 옆구리 통증으로 갑자기 등판을 취소해야 하게 된 상황을 당일 오전에 접했다. 당장 대체 선발을 급하게 투입해야 하게 됐고, 이 날벼락 같은 상황에 코치진과 구단은 상대인 삼성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선발 교체를 위해 연락을 돌려야 했다.
최원태는 선발 등판을 앞두고 10일 대구로 이동하기 전 잠실구장에 나와 개인훈련을 하다 옆구리에 약간 이상을 느꼈다. 그러나 아주 경미했고 이에 그냥 넘어간 것이 이튿날 상당한 통증으로 이어졌다. 선수는 등판을 앞두고 잘 해보려고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자기관리에 실패했고 팀에는 대형 민폐로 이어진 상황이다.
최원태는 LG의 올시즌 운명을 쥔 투수다. LG가 국내 선발의 매우 큰 약점을 보완하고자 우승에 도전한 지난 시즌 후반기에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지난해 LG가 우승하는 과정에서 기대를 채우지 못한 최원태에게는 올해가 진짜 승부다. 올해는 외국인 투수들이 약해 국내 선발들의 힘이 필요하고 최원태가 그 중심에서 달려왔다. 12경기에서 6승3패 평균자책 3.80을 기록 중이다. 66.1이닝으로 평균 이닝소화력은 아직 미흡하지만 그래도 승률을 가장 높이는 선발 투수다.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최원태는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왔다.
그러나 이번 이탈은 LG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다. 경기 중 부상은 어쩔 수 없지만 경기 외의 시간은 어찌됐든 선수가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경기 외 시간에 부상을 당한 선발 투수는 최원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염경엽 감독의 화가 커졌다. 또다른 선발 투수 임찬규가 지난 5월29일 SSG전을 마지막으로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임찬규는 당시 등판 이후 이틀 뒤 멀쩡히 개인훈련을 한 뒤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지난 3일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LG는 5월23일 한화전부터 상승 가도를 달려왔다. 임찬규의 마지막 등판이었던 5월29일 SSG전까지 6연승을 달려 1위를 위협하기 시작했고 이후 1패 뒤 3연승, 또 1패 뒤 8일 KT전까지 4연승을 달려 1위로 올라섰다. 달릴만 할 때 임찬규가 다치고, 또 다시 달릴만 하니 최원태가 빠졌다. 선발 로테이션의 축인 둘이 한꺼번에 빠지는 시점 자체가 팀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일단 임찬규는 회복하고 있다. 이번주 2군에서 피칭에 들어간다. 복귀 시기는 아직 알 수 없다. 최원태는 11일 대구에서 받은 1차검진에서 우측 광배근 미세 손상을 진단받았다. 12일에는 서울에서 재검진 결과 역시 같은 진단이 나왔다. 2주 뒤 재검사 예정이지만, 일단 이대로는 최소 한 달은 못 던진다. 현재의 기세를 지켜도 모자라는데 전력의 핵심인 선발 투수들이 차례로 빠지고 있다.
LG는 지난해 29년 만의 우승으로 챔피언에 올라 ‘왕조’로 가겠다며 통합 2연패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전력과 분위기는 지난해와 완전히 다르다. 꾸역꾸역 버티면서도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싶은 시점이면 꼭 삐그덕거린다. 선발 투수 둘의 연쇄 이탈은 매우 치명적이다. 임찬규 때만 해도 꾹 참았던 염경엽 감독이 화가 어쩔 수 없이 최원태의 부상 앞에서는 터지고 말았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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