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늙어가는데 ‘청춘’들로 반짝이는 OTT

남지은 기자 2024. 6. 12. 14: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폭고’ ‘피라미드…’ 등 20대 주인공 작품 쏟아져
웹툰 원작 증가, 학원물 부활 효과
오티티에서 20대 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사진은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의 한 장면. 웨이브 제공

요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청춘’들이 반짝인다. 2000년대생을 중심으로 20대 초중반 배우들이 이끄는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12일 현재 티브이(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11편 모두 30~40대 배우들이 주인공인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웨이브)는 2001년생 윤찬영과 2004년생 주윤찬이 1999년생 봉재현과 함께 극을 이끈다. ‘조폭인…’은 조직 두목 김득팔(이서진)의 영혼이 학교폭력 피해자 송이헌(윤찬영)의 몸에 빙의되는 이야기다. 상위 0.01% 아이들의 고등학교가 배경인 지난 7일 공개된 ‘하이라키’(넷플릭스)는 2001년생 노정의∙김재원∙이원정과 2000년생 이채민, 1998년생 지혜원이 주인공이다. 비슷한 설정으로 지난 3월 종영한 ‘피라미드 게임’(티빙)도 2001년생 장다아∙강나언, 2000년생 류다인 등이 1995년생 김지연과 함께 극의 중심을 잡았다.

수년 전만 해도 한국 드라마는 20대 새 얼굴 기근 현상에 시달렸다. 2020년 기준으로 50~60대의 하루 평균 티브이 시청 시간은 20대의 두배로, 티브이 시청 층이 나이 들면서 중장년층 콘텐츠를 내놓기 바빴다. 한 케이블 방송사 피디는 “오히려 2000~2010년대 ‘꽃보다 남자’‘드림하이’처럼 새 얼굴을 기용하는 시도가 많았지만, 방송국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중장년층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과 집중이 이뤄졌다”고 했다.

티브이에서 사라진 학원물이 오티티에서 되살아나며 20대 낯선 배우들이 할 역할이 많아졌다. 사진은 ‘피라미드 게임’의 한 장면. 티빙 제공
‘하이라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2021년 ‘오징어 게임’(넷플릭스) 성공 이후 오티티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자체 제작 드라마가 쏟아지면서 20대 새 얼굴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제작비가 보장되는 오티티에서는 스타를 내세워 자본을 끌어오지 않아도 되어 신인 기용 부담이 적었다. 300억원대 드라마 ‘스위트홈’(2020, 넷플릭스)에서 송강, 이도현, 고민시, 고윤정 등 당시 20대 신인을 기용했던 이응복 감독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는 신인이든 기성 배우든 별 차이가 없어서 인기보다는 배역에 부합하는 배우를 찾아 몰입도를 높이려고 했다”고 했다.

웹툰∙웹소설 원작 드라마가 많아지며 장르가 다양해진 것도 20대 배우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네이버 웹툰 원작 드라마는 2022년 25개에서 올해는 30개가 넘을 전망이다. ‘조폭인…’ ‘피라미드 게임’ 등 20대가 주인공인 요즘 오티티 드라마도 대부분 웹툰과 웹소설이 원작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넷플릭스) ‘소년비행’(시즌) ‘조폭인…’ 등 오티티 드라마에 연이어 출연한 아역 배우 출신 윤찬영은 “성인이 되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오티티에서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며 “오티티에서 20대 배우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이 늘어난 걸 체감한다”고 했다.

수백억 대작에서 신인을 기용해 화제를 모았던 ‘스위트홈’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좀비에 맞서는 학원물 ‘지금 우리 학교는’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인간수업’부터 가장 최근의 ‘하이라키’까지 티브이에서 사라졌던 학원물이 오티티에서 되살아난 것도 젊은 배우들에게 기회가 됐다. ‘인간수업’(넷플릭스) 박주현부터 ‘약한 영웅 클래스1’(웨이브) 홍경과 이연, 최현욱, 박지훈, ‘지금 우리 학교는’ 박지후, 조이현, 유인수, 이유미 등 티브이와 영화를 오가며 활약하는 배우들 모두 오티티 학원물에서 발탁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로가는 “특히 웹툰에서 하나의 장르로 구축된 ‘학원 액션물’은 폭력성 등으로 티브이에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데 오티티에서 기회를 얻은 배우들은 존재감을 각인시켰다”고 했다. ‘조폭인…’에서 조폭에 빙의되거나,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좀비에 맞서는 등 연기 의욕이 샘솟는 매력적인 캐릭터도 많다.

누군가의 아들, 주변인이 아닌 주연으로 극을 이끄는 경험은 연기자가 성장하는 데 자산이 된다. 윤찬영은 “‘조폭인…’을 하면서 처음으로 주연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작품에 임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지상파가 하던 신인 발굴 역할이 오티티로 넘어온 것 같다”며 “연기 잘하는 신인이 계속 발굴되어야 드라마 시장이 활성화된 다”고 했다. 지난달 백상예술대상 티브이 부문 신인연기상 후보는 두명(유나∙이종원)을 제외하고 모두 오티티 작품에서 나왔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