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사태’의 교훈···‘안정성’ 내건 카카오 첫 자체 데이터센터를 가다
지난 11일 경기 안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라이언, 어피치, 무지, 튜브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조형물들이 한 건물 안팎에서 방문객을 맞았다. 지난해 9월 준공해 올해 1월 가동을 시작한 카카오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이다. 첫인상은 친근하지만 알고보면 무게감이 엄청난 곳이다. 월 4870만명이 이용하고, 매초마다 4만5000건의 메시지가 오가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데이터를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데이터센터 서버는 0.02초만 전력 공급이 끊겨도 다운된다.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핵심이다.
카카오는 이날 취재진에 연면적 4만7378㎡(약 1만4000평) 규모의 데이터센터 안산을 공개했다. 총 12만대의 서버를 보관할 수 있고 6엑사바이트(E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1EB는 10억기가바이트(GB)에 해당한다. 데이터센터 안산은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이용자 서비스 데이터를 처리한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의 최우선 가치로 ‘안정성’을 내걸었다. 배경에는 2022년 10월15일 카카오가 임차해 쓰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가 있다. 당시 카카오는 서버를 외부에 100% 의존한 터라 스스로 비상 대응을 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정신아 대표는 “저희에겐 트라우마 같은 뼈아픈 경험”이라며 “다시 이런 장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데이터센터 설계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안산은 전력, 통신, 냉방 등 주요 시스템을 전부 이중화했다. 전력회사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전력망부터 서버에 전기를 최종적으로 공급하기까지의 전 과정, 통신회사에서 서버까지 통신을 제공하는 과정, 냉동기부터 서버실까지의 냉수 공급망을 포함한다. 한쪽에서 이상이 생겨도 다른 한쪽에서 대응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고우찬 인프라기술 성과리더는 “이중화할 수 있는 건 다 이중화했다”고 말했다. 화재, 지진, 홍수, 태풍 등 각종 자연재해와 재난을 고려해 설계했다.
데이터센터 안산은 업무공간이 있는 운영동과 설비실과 서버실을 갖춘 전산동으로 나뉜다. 다리를 건너 건물을 오갈 수 있다. 공간 분리를 통해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운영동 1·2층을 한양대 학생과 지역사회에 개방할 수 있도록 했다.
전산동 3층 서버실에 들어가니 서버 소음 속에서 직사각형 서버가 층층이 들어찬 철제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3층부터 6층까지 층당 2개씩 총 8개의 서버실이 있다. 1~2층에는 비상 발전기, 배터리, 무정전전원장치(UPS) 등 설비를 배치했다. 보통 데이터센터 설비실이 지하에 있는 것과 달리 지상층에 배치해 침수 가능성에 대비했다.
카카오는 특히 2층 배터리실에 힘을 줬다. 2년 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가 건물 지하 3층 배터리실에 있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타면서 시작된 영향이다. 카카오는 4단계에 걸친 화재대응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까지 출원했다. UPS실과 배터리실을 방화 격벽으로 분리 시공하고 모든 전기 패널에 온도 감지 센서를 달아 비정상적인 온도 상승을 곧바로 감지하도록 했다.
배터리에서 불이 나면 내부 감시 시스템이 자동으로 감지해 해당 배터리 전원을 차단하고 방염천을 내려 불길이 번지는 걸 막는다. 이후 단계적으로 소화 약제를 분사해 초기 진화를 시도한다. 다음으로 방수천을 올려 냉각수를 지속적으로 분사해 발화 원천을 차단한다. 소방서와 연계해 진화하는 게 마지막 단계다. 불이 나더라도 각 배터리 캐비닛 단위로 독립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주황색 박스 모양의 배터리 위쪽에는 소형 소화기가 달려 있고, 양쪽에는 냉각수가 나오는 배관이 설치돼 있었다.
카카오는 안산에 이어 제2의 데이터센터 건설도 추진한다. 정신아 대표는 “AI(인공지능) 기술 기반 서비스와 미래기술 환경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로 구축할 예정”며 “현재 설립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AI의 시대에는 먼저 치고나가는 사람이 꼭 승자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며 “지금은 언어모델 싸움에서 사용자가 쓸 수 있는 의미있는 서비스로 넘어가는 타이밍이 됐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AI 분야에서 카카오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유저들에게 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연내에 카카오다운 AI 서비스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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