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공화당 대표, 극우와 제휴 제안…“금기 깼다” 당 안팎 거센 반발

신기섭 기자 2024. 6. 1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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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통 우파 정당인 공화당의 대표가 오는 30일과 7월7일 치러지는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과의 제휴 의사를 밝혀, 당 안팎에서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브뤼노 르타요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공화당 정치인들은 "마크롱 진영과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진영에 맞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프랑스 우파의 분명하고 책임 있는 노선임을 만장일치로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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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합 유럽의회 선거 압승 이후 정치 대혼돈에 파장 더해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과의 제휴를 주장한 에리크 시오티 공화당 대표가 11일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파리의 당사를 떠나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정통 우파 정당인 공화당의 대표가 오는 30일과 7월7일 치러지는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과의 제휴 의사를 밝혀, 당 안팎에서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국민연합이 지난 9일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프랑스 정치권이 대혼돈에 빠진 가운데 ‘극우와는 협력하지 않는다’는 금기를 깼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에리크 시오티 공화당 대표가 11일 민영 방송 ‘테에프(TF)1’에 출연해 “국민연합, 그리고 이 당 후보들과 동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이 보도했다. 그는 공화당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연합 세력이나 좌파 동맹에 맞서기에는 너무 허약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만 이는 자신의 “개인적인 노선”이라며 공화당 정치인들의 동조를 호소했다.

그의 발언 직후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그의 사퇴를 주장했고 일부는 독자적으로 총선을 치를 움직임까지 보였다.

제라르 라르셰르 상원의장은 시오티 대표가 “더는 우리의 운동을 이끌 수 없으며 공화당 대표직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뤼노 르타요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공화당 정치인들은 “마크롱 진영과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진영에 맞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프랑스 우파의 분명하고 책임 있는 노선임을 만장일치로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올리비에 마를렉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시오티 대표 퇴진 요구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시오티 대표는 사퇴를 거부하면서 “수천건의 지지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프 고슬랭 공화당 하원의원은 “나(그리고 많은 공화당 의원들)로서는 국민연합과의 최소한의 합의, 지역 차원 또는 개인 차원의 동맹조차 생각할 수 없다”며 하원의원들이 새로운 집단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내 소식통은 전체 61명의 소속 하원의원 가운데 10명 정도만 국민연합과의 제휴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크롱 정부 쪽도 비판을 쏟아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1938년 프랑스와 영국이 나치 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일부 지역 합병을 인정해준 뮌헨협정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국민연합과 제휴할 경우, 조기 총선을 통해 국민연합의 기세를 꺾는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국민연합을 이끄는 르펜 의원은 시오티 대표의 선언을 “용감한” 결정이라고 평가했고,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는 두 쪽의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은 나치에 맞선 레지스탕스 지도자 출신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사회당과 함께 프랑스 정치를 이끌어온 정당이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2017년 대선 승리 이후 사회당과 동반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다만 과거의 지역 기반을 유지한 덕분에, 지방의원 등의 간접선거로 구성되는 상원에서는 다수당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이 9일 조기 총선을 선언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기관 ‘톨루나 해리스 인터랙티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연합이 하원 전체 의석 577석 가운데 235~265석을 차지해 과반에 미달하는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여당 연합 세력인 ‘앙상블’은 125~155석, 좌파 연합은 115~145석, 공화당은 40~55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과 야당 출신 총리가 공존하는 ‘동거 정부’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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