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꽂힌 염소 머리로 위협받아도…여성 판사 ‘마피아와 전쟁’

신기섭 기자 2024. 6. 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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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일(현지시각) 서방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릴 이탈리아 남동부 풀리아주에서 지방 정부까지 침투한 마피아를 뿌리뽑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11일 풀리아주의 밑바닥까지 깊숙이 침투한 마피아 조직 '사크라 코로나 유니타'에 맞서면서 범죄 조직을 용인하는 지역 권력 구조를 깨뜨리는 데 앞장서는 여성 판사 등의 고군분투를 집중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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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주 마리아노 판사 조명
마피아 22명 체포영장 발부 ‘늑대 작전’ 지휘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주에서 마피아 소탕 작전을 이끌고 있는 마리아 프란체스카 마리아노 판사. 레체/AP 연합뉴스

13~15일(현지시각) 서방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릴 이탈리아 남동부 풀리아주에서 지방 정부까지 침투한 마피아를 뿌리뽑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싸움은 지역 판사,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등 일군의 여성들이 목숨까지 위협받으며 이끌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11일 풀리아주의 밑바닥까지 깊숙이 침투한 마피아 조직 ‘사크라 코로나 유니타’에 맞서면서 범죄 조직을 용인하는 지역 권력 구조를 깨뜨리는 데 앞장서는 여성 판사 등의 고군분투를 집중 조명했다.

이 싸움을 이끄는 주역은 마리아 프란체스카 마리아노 판사다. 그는 마피아 조직 22명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는 등 ‘늑대 작전’이라 불리는 마피아 검거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 그는 책 집필이나 연극 상연을 통해 범죄 조직을 묵인하는 지역 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벌이고 있다.

마리아노 판사는 “우리는 위엄, 용기, 책임감이라는 가치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의사소통을 시작해야 한다”며 “반대한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 잘못된 것들에 분개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요즘 생명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 지난 2월 초에는 그의 집 앞에 도살용 칼이 꽂힌 염소 머리가 “이것처럼(되려나)”이라고 쓰인 메모와 함께 놓여 있었다. 그는 요즘 24시간 경찰의 경호를 받는다. 마피아 수사를 이끄는 카르멘 루기에로 검사도 체포된 용의자에게 흉기로 목을 공격당한 적이 있어, 법정에 출두할 때까지 경찰의 경호를 받는다.

마피아를 추적하는 탐사보도 언론인 마릴루 마스트로지오바니는 두려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며 “용기는 두려움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크라 코로나 유니타’는 1981년 레체의 교도소에 수감중이던 이들이 결성한 마피아 조직으로, 전국적인 무관심 속에 이 지역에서 조금씩 영향력을 넓혀 왔다. 현지의 마피아 수사 책임자 카를라 두란테는 “이들의 주요 사업은 마약 밀매”라며 “갈취와 고리대금업까지 이어지더니 현재는 공공 행정 기관에까지 침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탈리아 행정법원은 지난달 마피아가 행정 조직에 침투한 네비아노 시정부를 해산하는 결정을 내렸다.

언론인 마스트로지오바니는 이 조직이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합법적인 사업을 통해 범죄 행각을 위장하기 시작했다며 이 때문에 “보통의 시민부터 법 집행 기관까지 모두가 그들을 잊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조직은 합법 사업을 내세우고 폭력을 자제하면서 영향력을 계속 넓혀, 현재는 30개의 소조직과 5천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거대한 집단으로 성장했다. 이는 시칠리아의 ‘코사 노스트라’, 칼라브리아의 ‘엔그랑게타’, 나폴리 주변의 ‘카모라’에 이어 이탈리아에서 4번째로 큰 규모다.

유럽연합 법집행협력청(유로폴)은 자신들이 추적하고 있는 조직 범죄 집단의 60%는 공직자들에 대한 뇌물 제공에 관여하고 있다며 “부패가 법치를 무너뜨리고 정부 기관을 약화시키며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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