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동물들, '안식처'가 돼주니 관람객도 늘더라"…청주동물원 르포

성소의 기자 2024. 6. 1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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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거점동물원' 지정된 청주동물원
유기되고 부상 당한 야생동물 치료·보호
코끼리·하마 외래종 대신 토종동물 수용
"동물원 불편한 사람들도…성인 관람객↑"
[청주=뉴시스] 청주동물원에서 생활하는 반달가슴곰. (사진=환경부). 2024.06.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성소의 기자 = 지난 11일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 청주동물원에서는 나른해진 반달가슴곰 한마리가 나무 구조물 위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또다른 반달가슴곰은 흙바닥에 주저 앉아 땅을 열심히 팠다. 취재진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탁, 탁' 목탁소리를 내기도 했다.

청주동물원이 보호하고 있는 반달가슴곰들은 각각 2018년, 2019년에 웅담 농가로부터 구조된 곰들이다.

곰 사육장에는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콘크리트 바닥과 시멘트 벽을 볼 수 없었다.

대신 반달가슴곰이 올라탈 수 있는 나무 구조물과 단잠을 잘 수 있는 해먹이 사육장 내부에 설치돼있었다. 곰들에겐 이런 구조물들이 쉼터이자 놀이터가 된다.

[청주=뉴시스] 청주동물원에서 생활하는 독수리. (사진=환경부 공동취재단). 2024.06.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동물원의 다른 한편에서는 '아사 직전'에 구조된 어린 독수리들이 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었다. 겉으로는 용맹해 보이지만 한 마리는 부리가 비뚤어지고, 또다른 한마리는 날개가 부러지는 등 장애가 있어 사냥을 하지 못한다.

독수리 방사장은 전체적으로 보면 새장의 형태이긴 하나, 천장이 높고 산 비탈면에 위치해있어 인공적인 느낌이 덜했다. 비탈면에 방사장을 만들어놓은 이유는 사냥동물인 독수리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날 찾은 청주동물원은 다치고 유기된 야생동물들을 데려와 보호하는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전시가 목적인 민간 동물원들과 달리 청주동물원은 구조된 동물들의 치료·보호를 우선시한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수의사들과 동물복지사들은 다쳐서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야생동물과 실내동물원에서 방치된 동물들을 데려다 치료하고 돌본다.

최근에는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실내동물원에서 방치됐다가 구조된 '갈비 사자' 바람이가 청주동물원으로 이관된 소식이 화제가 됐다.

청주동물원에는 바람이 외에도 부리가 비뚤어진 채 발견된 독수리, 웅담 농가에서 구조된 곰, 유리창에 부딪혀 부상 당한 참매 등 각자의 '사연'을 가진 동물들이 생활하고 있다. 동물 방사장 앞에는 이런 사연들을 적어놓은 '수의사 노트'를 달아놓기도 했다.

건강을 회복한 동물들은 훈련을 거쳐서 자연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2018년 1월 청주동물원이 보호하던 독수리는 방사훈련 끝에 현재 몽골로 넘어갔고, 최근에는 강원도 철원에서 구조한 산양을 방사하기 위해 훈련을 진행 중이다.

[청주=뉴시스] 청주동물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바람이(오른쪽). (사진=환경부 공동취재단). 2024.06.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동물원이 보호 중인 동물은 총 68종, 296마리로 다른 동물원에 비해 마릿 수가 많지는 않다. 적절한 사육마릿 수를 유지해 쾌적한 환경에서 동물들이 생활하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른 동물원에서 인기 있는 코끼리, 기린, 하마 같은 외래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청주동물원이 보호 중인 동물은 사자, 곰, 산양, 붉은여우, 홍학, 두루미 등으로 대부분 토종동물이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은 "외국 동물들, 예를 들어 코끼리는 겨울에 난방비가 많이 필요해 더 좁은 실내 공간으로 갇히게 된다"며 "토종 동물들을 위주로 보호하면서 에너지를 절감하려고 하고 '동물 쇼'나 '체험' 없이 좀 더 윤리적으로 동물원의 일상을 시민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청주동물원이 '동물복지'를 앞세운 동물원으로 알려지면서 성인 관람객도 늘었다. 청주동물원에 따르면 지난해 청주동물원을 방문한 성인 관람객 수는 재작년보다 20~30% 증가했다고 한다.

김 팀장은 "최근 성인 관람층이 늘었다"며 "동물원을 불편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전국 단위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뉴시스] 청주동물원에서 생활하는 늑대. (사진=환경부). 2024.06.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환경부는 지난달 10일 청주동물원을 국내 첫 거점동물원으로 지정했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12월 도입된 거점동물원은 동물원의 동물 종 보전과 증식, 교육·홍보, 야생동물 보호 등의 역할을 전문적으로 맡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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