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판결문에 적시된 이재명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는?
李, 재판 4개 받는다…배임·뇌물에 공선법, 위증교사 이어 제3자뇌물까지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로 추가 기소된 가운데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판결문에서 이 대표의 혐의를 엿볼 수 있다.
해당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 등이 북한에 총 800만 달러를 건넸다는 것을 인정했다.
뉴스1이 확보한 A4용지 364쪽 분량의 이 전 부지사 1심 판결문에 따르면 2018년 12월 초순경 쌍방울 사옥에서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이렇게 말한다.
"북한과는 무조건 잘 될 것이고, 대북제재만 풀리면 희토류 채굴 사업이나 철도 사업 등 할 사업이 너무나 많다. 500만 달러가 5조가 될 수도 있다."
"김 회장 입장에서는 500만 달러가 아니라 5000만 달러라도 배팅해야 되는 게 아니냐. 그리고 이재명 지사가 잘 되면 쌍방울 생각해주지 않겠냐."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은 이같은 이 전 부지사의 이야기를 듣고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이재명 대신 내주고 이재명 도움으로 대북사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8년 12월 김 전 회장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대북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데에는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 외 다른 누군가와 대북사업을 논의했다고 볼 정황을 찾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의 부탁으로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함으로써 경기도가 쌍방울을 지원할 것으로 신뢰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사유를 상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법정 진술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며 받아들였다.
김 전 회장은 법정에서 "'당시 이화영에게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비용을 내는 것에 대해 이재명에게 보고했냐고 물어봤을 때, 이 전 부지사가 '당연히 그 쪽에 말씀드렸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고 반복해 진술했다.
◇ '유죄' 판단 근거…경기도, 쌍방울 스마트팜 비용 대납 이후 본격 대북지원사업 추진
재판부는 경기도가 쌍방울이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하기로 결심한 이후 본격적으로 대북지원사업을 추진한 것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경기도는 2018년 11월 제1회 국제대회 개최이후 북한과 별다른 교섭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가 김성태가 2018년 12월 29일 중국을 다녀온 후 쌍방울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적시했다.
◇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김성태-이재명 통화 인정
판결문에는 2019년 1월 17일 쌍방울이 북한측과 체결한 협약식 당시 상황도 담겨있다. 협약식에는 경기도 소속 공무원들도 참여했다.
협약식을 마친 후 가진 저녁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500만 달러 제 돈으로 하게 됐다"고 북한측에 말했다.
또 당시 이 지사와 통화를 하게 됐고,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성태의 진술은 법정에서 수차례 반복된 신문을 받았음에도 대체로 일관되고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며 상호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정에서 관찰되는 법정 태도, 객관적 사실관계와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려운 점, 허위 진술할 뚜렷한 동기도 찾기 어려운 점에 비춰 신빙성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당시 북한에서는 변화된 국제정세 속에서 경기도를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자신들과 협력사업을 진행할 파트너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1차 방북 이후 남북교류협력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경기도 내 관련 부서에 세부사항에 관한 검토를 지시한 점도 이유로 들었다.
같은 시기 이 전 부지사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판단 근거로 꼽았다.
대북제재 하에서 소극적으로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향후 적극적으로 북한과 공감대를 쌓고 협력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엿볼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시각이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한 게 아니라면 쌍방울이 2018년 12월 이후 갑작스럽게 대북사업을 추진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쌍방울은 2018년 12월 이전 북한측에 1000만 달러 상당의 내의를 제공하거나 평양에 매장을 개설하는 정도의 사업을 계획했을 뿐이라면서, 쌍방울 대북 사업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회사 인수를 통해 사업을 확장했던 쌍방울 기존 경영 방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 이재명 방북비용 300만 달러…김성태-이재명 통화도 인정
'이재명 방북 비용' 300만 달러와 관련해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전화로 당시 이 지사를 바꿔줘 통화하게 된 것도 재판부는 인정했다.
법정에서 김 전 회장은 당시 전화로 이 지사에게 "북한사람들 초대해 행사 잘 치르겠다 저 역시도 같이 방북을 추진하겠다 서울 가서 인사드리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의 요청에 따라 이재명 방북 비용을 지급한 게 아니라면, 김 전 회장이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대납한 상태에서 또 다시 위험을 감수하고 3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추가로 북한 측에 지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최소화하면서도 대북송금 의혹의 최종 결재권자가 이 대표라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전 부지사의 역할에 대해 "남북경제협력사업 등 정책을 발굴하고 이를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해 기획·추진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봤다.
이 전 부지사의 재량권을 인정하면서도 정책 추진에 앞서 이 대표에게 보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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