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사태 교훈 삼아 안정성 극대화"…카카오 첫 자체 데이터센터 살펴보니
[IT동아 권택경 기자] “카카오 서비스가 국민의 일상에 큰 부분 차지하는 만큼 전 국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데이터센터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11일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내 위치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에서 기자들을 맞은 정신아 카카오 신임 대표의 말이다. 이날 카카오는 ‘프레스 밋업’ 행사를 열고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내부 주요 시설을 기자들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카카오 안산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9월 준공한 카카오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다. 연면적 4만 7378㎡(제곱미터) 규모에 4000개의 랙, 총 12만 대의 서버를 보관할 수 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다. 건립 도중이던 지난 2022년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를 계기로 안정성에 심혈을 기울인 게 특징이다.
정신아 대표는 “트라우마와도 같은 뼈아픈 경험을 한 뒤 업계 전반에 이런 장애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원인 분석해 그 설계를 데이터센터에도 반영했다”면서 “국내 어떤 기업보다 안정성을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간다는 사명감으로 부족한 부분을 원점부터 재검토해 완공하는 날까지 설계한 시스템을 끊임없이 보완하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공개된 안산 센터 곳곳에는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강박에 가까운 천착이 녹아있었다.
화재 당시 서비스 장애 복구가 늦어진 원인으로 지목됐던 이중화 미흡에 대한 대응으로 안산 센터는 사소한 부분까지 철저히 이중화했다. 서버 자체는 물론이고 냉난방을 위한 항온항습기, 냉기 공급관, 인터넷 회선, 배터리, 무정전 전원장치, 변전소 등 전력 계통까지 거의 모든 시설과 설비가 쌍둥이처럼 짝을 이루거나 백업을 갖춰두고 있다. 최대 48시간 전력 공급이 가능한 12대의 발전기도 갖췄다. 고우찬 카카오 인프라기술 성과리더는 “데이터센터 를 구축하며 ‘이것도 이중화를 해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을 정도로 필요한 모든 계통이 이중화가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배터리 화재는 자체 개발한 4단계 화재대응시스템을 적용해 대비했다.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열감지 카메라 등 내부 감시 시스템으로 이를 감지해 전원을 차단 후 방염천으로 불길과 연기가 번지는 걸 막고, 소화약제와 냉각수를 차례로 분사하며 화재를 진압한다.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 캐비닛만 방염천과 방수천으로 격리해 핀포인트로 진압하는 셈이다. 카카오는 현재 이 화재대응시스템의 특허 출원도 진행 중이다.
태풍, 지진, 해일, 홍수 및 폭우로 인한 침수 등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갖췄다. 데이터센터 안산은 시화 방조제로부터 18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해일 피해로부터의 안전 거리를 확보하고, 지상층을 주변 지반 대지보다 1.8m 높게 설계했다. 서버실, 전기실, 배터리실 등 주요 시설을 모두 지하가 아닌 지상에 배치한 점도 침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28m/s의 강풍에 버티는 내풍 설계, 6.5 리히터 이상의 지진에도 견디는 원자력발전소에 버금가는 내진 설계도 적용했다.
친환경 설계를 적용해 전기와 물 사용량을 최소화한 점도 특징이다. 서버실이 위치한 전산동 외벽과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연간 1460MWh(메가와트시)의 친환경 전기를 생산한다. 냉각에는 프리쿨링 냉각기를 적용해 계절이나 기온에 따라서는 압축기 사용 없이 외부 공기만으로도 냉각이 가능하다. 카카오 측은 1년 중 80% 이상의 기간을 프리쿨링 방식으로 냉각하며, 냉각탑 방식과 달리 수증기가 발생하지 않아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 상황에서 냉수 보충을 위해 마련해 두는 보충수도 상황에 따라 조경용수, 소방용수 등으로 재활용하며 상하수도 비용을 98% 절약한다.
지역 사회와의 공존도 데이터센터 안산이 내세우는 가치 중 하나다. 데이터센터 안산의 서버실과 주요 보안 시설이 자리한 전산동은 철저한 보안 속에 운영되지만 관제실을 비롯한 사무 공간이 위치한 운영동 1층과 2층은 지연 주민과 한양대 학생들에게 개방된다. 특히 한양대와의 산학협력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인 운영동 2층에는 에리카 AI융합연구소가 입주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안산 시민, 한양대 학생 등에게는 전산동 내 주요 보안 시설을 제외한 공간 일부를 둘러볼 수 있는 퍼블릭투어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카카오 측은 데이터센터 안산 개소 후인 지난달에도 3차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데이터센터와는 무관한 시스템 변경 작업으로 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직 데이터센터 안산에서는 카카오톡의 서비스 트래픽이 처리되고 있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카카오 측은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부터는 카카오 서비스의 이용자 트래픽을 데이터센터 안산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고우찬 리더는 “데이터센터 안산 개소로부터 꽤 시간이 흘렀지만 현재까지는 환경 안정화에 주력했다”면서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성 장비와 플랫폼 장비를 현재까지도 설치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안산을 시작으로 점차 데이터센터 숫자를 늘려갈 계획이다. 현재 부지 선정이 진행 중인 제2데이터센터는 AI와 미래 기술 환경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로 구축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의 AI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대표는 “AI 시대, 꼭 먼저 치고 나가는 사람이 승자는 아니다. 지금까지는 언어모델의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사용자가 의미 있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 싸움으로 게임이 넘어갔다”면서 “연내에 카카오다운 AI 활용 서비스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AI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카카오의 기존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봐도, 애플을 봐도 AI를 기존 서비스에 붙이는 걸 한다. 기존의 핵심 펀더멘털이 탄탄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 AI 성장을 장기적으로 가져가면서도 카카오가 가진 본질을 충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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