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력·냉방·통신 모두 이중화”... ‘1015사태’ 트라우마 극복 도전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가보니
24시간 무중단 운영 가능하도록 시스템 이중화
자연 재해 및 재난 대비, 자체 화재대응시스템 특허 출원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 총 에너지 사용량 30% 절감
“‘1015사태’라 불리는 판교 카카오톡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은 우리에게 트라우마와 같은 뼈 아픈 일이었다. 당시 데이터센터 안산이 건립 중이었기 때문에 데이터 안전성을 최고 수준으로 올려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원점부터 재검토하고 보완했다.”
지난 11일 오전 경기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내부.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프레스투어에 나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올 1월 가동을 시작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연면적 4만7378㎡(약 1만4331평)의 하이퍼스케일(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규모로 총 12만대의 서버를 보관할 수 있다. 저장 가능한 데이터량만 6EB(엑사바이트) 이상의 규모를 자랑한다.
정 대표는 “(네이버와 비교해) 차별점은 서비스 특징에 따라 중점을 두는 요소가 다르고 규모나 스케일로 비교 우위를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안산이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가능하도록 이중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의 첫 인상은 다소 폐쇄적인 느낌이었지만 정문으로 들어서자 개방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입구에 카카오 캐릭터들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책상과 소파가 자유롭게 놓여있었다. 카카오측은 “안전성, 친환경, 지역사회 공존이라는 3가지 특징을 가지고 데이터센터 안산을 설계했다”면서 “운영동과 전산동을 분리해 (현재 위치한) 운영동 1~2층을 한양대 학생 및 지역 주민에게 개방할 계획”이라고 했다.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전산동에 대해 “전력 소모를 최대한 줄여 친환경적이면서도 순간적인 대용량 접속량 등에 최적화된 구조로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 24시간 무중단 운영 위한 시스템 이중화
“‘이런 것도 이중화에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안전성에 있어서는 타협한 게 없다. 전력, 냉방, 통신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모든 것을 예비로 두고 있다고 보면 된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이중화’다. 이중화란 전력 공급 중단에 대비하기 위해 주전력의 100% 용량에 해당하는 전력을 즉시 공급받을 수 있는 예비 전력망을 갖춘 것을 의미한다.
고우찬 인프라기술 성과리더는 “전력 회사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전력망부터 서버에 전기를 최종적으로 공급하기까지 전 과정, 통신 회사에서 서버까지 통신을 제공하는 과정, 냉동기부터 서버실까지 냉수 공급망 등 운영설비를 이중화한 것은 물론이고 데이터와 운영도구 등을 사본으로 만들고 다중화했다”면서 “시스템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해도 복구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가 있는 전산동 3층 서버실에 들어서자, 여느 데이터센터와는 다른 점들이 눈에 띄었다. 일반적인 데이터센터는 열이 발생하기 쉬워 ‘춥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도를 낮춰놓지만, 이 곳은 내부 온도가 27도 정도였고 비교적 미지근한 바람이 양 옆에서 불고 있었다.
카카오 측은 “연간 80% 이상은 외기를 활용하는 프리쿨링 냉동기 시스템을 쓴다”면서 “내부 발생 열기는 상부로 올라가 자연의 차가운 바람과 바꿔준다. 자체 전기 소모량을 최대한 줄이고 에너지 절감을 위해 고안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2층 배터리실로 이동하자 배터리가 적재된 곳마다 사람 팔뚝만한 크기의 소형 소화기가 비치돼 있었다. 카카오 측은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배터리는 전기자동차(리튬이온 배터리)랑 동일해서 불이 붙으면 잘 꺼지지 않거나 폭발하기도 한다”면서 “핵심은 화재 확산을 즉시 막는 것으로, 화재를 감지하면 소화액을 자동으로 뿌리고, 방수천으로 화재 확산을 막고 냉각수를 뿌리는 화재대응시스템을 자체 개발했으며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내부 실험에서 배터리 발화 이후 내부 온도는 순식간에 200도를 넘었지만, 즉시 냉각수가 분사되는 등 초기 자체 화재 대응 시스템 작동 시간은 총 4분이 걸다. 완전 연소까지는 2시간 정도가 걸렸다.
옥상으로 올라가자 전체가 태양광 패널로 덮여있었다. 카카오 측은 “이 곳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는 다 자체 소모된다고 보면 된다”면서 “서버를 냉각하고 발생한 폐열을 난방에 재사용하는 등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전력효율지수(PUE)는 1.3 이하로,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발표한 국내 데이터센터 PUE 평균(1.91)보다 낮은 수준이다.
카카오측은 이 같은 방법으로 연간 에너지 비용을 약 31억원까지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30GWh(기가와트아워)의 전력을 절감함으로써 탄소 배출량 역시 15%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카카오다운 AI, 연내 출시하겠다”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의 인공지능(AI) 비전에 대해 “AI 시대에는 먼저 치고나가는 사람이 꼭 위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카카오만의 차별점이 뭘까 많이 생각하고 있고 가장 카카오 다운 AI 해답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AI 성장을 장기적으로 가져가면서도 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본질과 기반을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과제라 생각한다”며 “올해 안에 카카오에 맞는 AI, 카카오 다운 서비스를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고우찬 인프라기술 성과리더는 “데이터센터 역시 엔비디아 칩으로 일부 AI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차곡차곡 구입해서 더 도입할 예정이며, 다른 데이터센터에도 분산해서 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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