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삭제 요청하면 '너희가 뭔데'…국제협력 法근거 필요"

권신혁 기자 2024. 6. 12. 1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2018년 설립
해외 사이트에 촬영물 삭제 요청해도…법적 근거 없어 '거부'
"예산 증액 30억까지 필요…법적 근거 마련·인력 충원도 절실"
[서울=뉴시스] 권신혁 기자 = 지난 11일 한국여성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는 서울시 중구 디성센터에서 프레스투어를 열고 불법촬영물 삭제를 위해 법적 근거 확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여성가족부 제공) 2024.06.11. innovati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최근 '제2n번방', '서울대판 n번방' 등 불법촬영물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성범죄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는 불법촬영물 삭제를 위해 법적 근거 확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인권진흥원은 지난 11일 여성가족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디성센터 프레스투어에서 이 같이 말했다.

디성센터는 청소년보호팀, 상담연계팀, 삭제지원팀 등 총 3팀으로 구성된다. 이 중 삭제지원팀은 불법촬영 피해자의 피해영상을 삭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불법촬영물 삭제지원과 관련된 법적 제도가 미비하다고 강조했다.

박성혜 삭제지원팀장은 "삭제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있지만 디성센터의 설치근거법 자체가 전무하다"고 했다. 현행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불법촬영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은 있지만, 정작 이를 수행하는 디성센터에 법적 권한이 부여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입법적 공백은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사이트에 피해촬영물이 유포됐을 때 특히 문제가 된다.

박 팀장은 "디성센터가 영상이 유포된 사이트에 삭제요청을 하는 경우 사이트 측에서 우리가 어떤 센터인지, 삭제 관련 권한을 갖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하며 요청에 불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치근거법에 국제협력 관련된 부분도 마련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현재 디성센터는 해외 유관기구인 미국의 국립아동실종학대방지센터(NNMEC·National Center for Missing and Exploited Children), 사이버시민권보호기구(CCRI·Cyber Civil Rights Initiative), 영국 RPH(Revenge Porn Helpline) 등과 협력하고 있다. 해외 불법사이트가 불법촬영물 삭제에 불응하는 경우 이 기관들의 도움을 받는다.

다만 국제협력 관련한 법적 근거가 없어 체계적인 공조가 어려운 상태다. 이를 두고 박 팀장은 "예산이 0원인 상태에서 해외 유관기관들과 줌(zoom)으로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권신혁 기자 =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지난 11일 프레스투어를 열고 불법촬영물 삭제시연을 진행했다. (사진 = 여성가족부 제공) 2024.06.12. innovation@newsis.com

아울러 이날 디성센터는 시스템 확충과 예산 증액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재 디성센터 삭제지원팀은 피해자로부터 영상 자료를 접수 받아 그 링크를 해외 사이트 온라인 사업자에게 보내며 삭제를 요청한다.

이와 관련해 신보라 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센터에서 확보한 url 몇 천개를 다 복사해서 온라인 사업자에게 이메일 등의 창구로 일일이 전송하고 있는데, 수작업 없이 자동으로 요청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순 디성센터 본부장은 유포된 불법 자료를 모니터링하는 것과 관련해 "사진의 경우 동일한 얼굴을 찾기는 쉬우나 피해촬영물에서는 찾기 쉽지 않다"라며 고도화된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원장은 이 같은 애로사항을 밝히며 "여성가족부를 통해 기재부에 내년도 예산을 30억까지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디성센터는 예산과 함께 인력 증원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현재 센터에 39명의 인력이 있으나 13명이 기간제이고 기간제 채용마저 어렵다"며 "삭제지원 관련해 어디서 교육 받을 수도 없다"고 했다.

또 "기간제 직원이 업무를 수행하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은 가르쳐야 하는데 6개월만 지나면 나가는 들쑥날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 원장도 "올해는 증원이 없었다"며 "정규직 1명이 수행하는 삭제 지원이 비정규직 인력의 배 이상 효율성이 있어 증원은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했다.

한편 국회에서도 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수사 및 지원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30일 발간한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에서 "디지털 성범죄물이 유통되는 해외 사이트와 플랫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삭제, 차단, 유포중단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역외사업자에게 해당 플랫폼 폐쇄, 이용자 정보 공개, 자료 제출 등을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 원장은 "디성센터의 발전을 위해선 예산, 인력, 제도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디성센터의 법적 근거를 보완하는 성폭력 방지법 개정안이 22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흥원은 지난달 조은희 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디성센터의 설립근거를 담은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21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innovatio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