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지운 게 작년에만 '24만개'"…디성센터, 불법촬영물 삭제 과정 첫 공개
2018년 설립 이후 최초로 불법촬영물 삭제 과정 공개
영상 'DNA' 추출…자막·배속 등 변형돼도 모니터링 가능
해외사이트 삭제 요청 불응 시 '불법성 증명 공문' 보내
피해자들에 365일 상담 제공하고 수사기관과 연계해줘
신보라 원장 "인간 존엄 위협…예산·인력·제도 확대 필수"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한 불법촬영 피해자는 생명의 위협과 동일한 공포를 느꼈다고 해요. 이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에요."
강명숙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 상담연계팀장의 말이다. 디성센터는 불법촬영 피해자의 피해촬영물을 삭제하는 일을 한다. 2019년 n번방 사건에 이어 2021년 '제2의 n번방', 올해 '서울대 n번방' 등 불법촬영물 관련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센터는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퍼진 피해영상을 삭제하고 모니터링한다.
뉴시스는 지난 11일 디성센터를 방문해 주요 업무를 살펴봤다.
디성센터는 아동성착취를 예방하는 청소년보호팀, 피해촬영물을 삭제하는 삭제지원팀, 피해자에게 상담을 제공하는 상담연계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최초로 삭제지원팀의 불법촬영물 삭제 과정이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정보 유출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한 뒤 참관할 수 있었다. 피해자의 민감 정보가 직·간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시연 내용을 촬영하거나 녹음하는 행위는 모두 금지됐다.
피해촬영물을 비롯해 시연 중 화면에 나온 피해자 관련 정보엔 모두 필터가 적용돼 흐릿했다.
시연은 피해자료 접수부터 시작됐다. 이 절차는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신보라 여성인권진흥원장은 "피해자가 피해 내용을 대화나 전화를 통해 말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온라인 접수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자는 디성센터의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상담을 요청하고 삭제지원 동의서를 작성하면 된다. 온라인 게시판은 진흥원 내 별도의 독립된 서버에 마련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적다.
서류 작성 후 피해자가 피해촬영물 원본이나 링크를 제출하면 그때부터 디성센터가 개발한 '삭제지원시스템 2.0'이 활용된다.
삭제지원시스템 2.0은 DNA 검색, 크롤링 기술 등 삭제지원에 특화된 시스템이다. 해외에서 불법촬영물 삭제 시 사용되는 '해시(Hash)'가 영상의 지문 같은 정보라면 영상의 DNA는 인간의 DNA처럼 영상이 조작되고 편집돼도 변하지 않는 정보값을 뜻한다. 즉, 불법촬영물이 흑백으로 바뀌거나 자막이 추가되고 배속이 달라져도 디성센터는 영상의 DNA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피해자가 피해자료를 제출하면 삭제지원팀은 불법촬영물의 DNA를 추출하고 등록된 310개의 불법 성인사이트에 유포된 모든 촬영물을 모니터링한다.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과 디성센터가 접수 받은 영상의 유사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삭제지원시스템 2.0을 통해 자동으로 진행된다.
동일한 것으로 판단되면 사이트 운영자와 호스팅 사업자에게 해당 영상을 삭제할 것을 요청한다. 이후 피해자는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영상이 몇 건 유포됐는지, 삭제가 완료됐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디성센터는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과 연계해 피해자를 돕기도 한다. 수사기관에 증거 자료를 제공하거나 수사기관으로부터 피해 사례를 연계 받는 식이다.
디성센터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24만5416건의 불법영상을 삭제했다. 다만 삭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사이트들이 삭제요청에 불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제적인 공조가 필수적이다.
현재 디성센터는 미국의 국립아동실종학대방지센터(NNMEC·National Center for Missing and Exploited Children)와 사이버시민권보호기구(CCRI·Cyber Civil Rights Initiative), 영국의 RPH(Revenge Porn Helpline) 등과 협력하고 있는데 이들을 통해 삭제를 요청한다.
만일 해외 사이트가 요청에 불응하면 '불법성 증명 공문'을 보내기도 한다. 삭제 협조 요청을 무시하거나 각종 삭제 이유를 요구하는 해외 사이트들에 효과적으로 압력을 줄 수 있는 공문으로, 진흥원이 지난해 경찰청 협조를 통해 만든 제도다.
이날 진흥원은 이외에도 청소년보호팀과 상담연계팀의 업무를 소개했다. 삭제지원팀의 업무가 사후조치라면, 청소년보호팀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를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개입한다. 올해 새롭게 디싱센터에 추가됐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성착취 노출 위험에 빠진 아동에게 디엠(DM·Direct Message)을 보내거나 먼저 상담을 제공한다. 성착취를 유도하는 게시물은 신고를 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요청한다.
상담연계팀은 불법촬영 피해자를 대상으로 365일 상담을 제공하며 수사기관과의 연계를 책임진다. 반복적으로 피해자들의 촬영물이 유포되고 있는 사이트들을 선별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하는 식이다.
김미순 디성센터 본부장은 "피해자의 고통이 얼마나 지속되고 있는지, 그에 따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신 원장은 "얼마 전 서울대판 n번방이라고 불린 집단 피해는 큰 충격"이라며 "디지털 기반 성범죄는 지금도 벌어지며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지금까지는 지원 성과가 있었음에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했지만, 오늘 자리를 마련한 것은 진흥원이 피해 삭제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향후 지원 강화와 피해자의 잊힐 권리 보장에 더욱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며 "디성센터가 발전해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이 원만해지려면 예산, 인력, 제도 등의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nnov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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