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선 ‘돼지할배’… “손주 입시준비 도맡아”

김선영 기자 2024. 6. 1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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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60대 남성들이 '손주 맞춤형 입시플래너'로 나서 손주들의 학원 등·하원 라이딩부터 수학 학원 채점까지 받으러 다닙니다. 이젠 '돼지엄마(학원이나 입시에 대한 정보력이 뛰어난 엄마)'가 아닌 이른바 '돼지할배' 전성시대가 열렸습니다."

B 학원 관계자는 "최근에 강원 원주시에서 초등학생 손주를 데리고 상경한 60대 남성이 '맞춤 컨설팅을 통해 수학·과학 학원과 지원할 의대를 정해달라'며 하루 종일 학원과 입시 연구소 등을 찾아다녔다"며 "할아버지들은 입시에 대한 목표의식이 더 명확하고, 원하는 대학에 가면 집을 사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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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60대 남성, 손주교육 몰두
맞벌이자식 대신 입시플래너로
동년배 남성들과 정보 공유도
학원비 대납 ‘우회 증여’까지
“자본세습 견고·교육격차 커져”

“은퇴한 60대 남성들이 ‘손주 맞춤형 입시플래너’로 나서 손주들의 학원 등·하원 라이딩부터 수학 학원 채점까지 받으러 다닙니다. 이젠 ‘돼지엄마(학원이나 입시에 대한 정보력이 뛰어난 엄마)’가 아닌 이른바 ‘돼지할배’ 전성시대가 열렸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입시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12일 “입시설명회·학원 상담에 손주를 대동하고 다니는 할아버지들이 부쩍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학원가에 따르면 주로 대기업 임원·교수 출신인 이들은 퇴직한 뒤, 맞벌이로 바쁜 자식들 대신 초등·중학생인 손주 입시 준비에 앞장서고 있다. 본고사·학력고사 세대인 ‘돼지할배’들은 수십 년간의 업무 경력을 살려 각 대학의 모집요강을 직접 분석한다. 그중 서울 주요 명문고를 졸업한 이들은 손주를 모교 후배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졸업한 학교로 전학시키기도 한다. B 학원 관계자는 “최근에 강원 원주시에서 초등학생 손주를 데리고 상경한 60대 남성이 ‘맞춤 컨설팅을 통해 수학·과학 학원과 지원할 의대를 정해달라’며 하루 종일 학원과 입시 연구소 등을 찾아다녔다”며 “할아버지들은 입시에 대한 목표의식이 더 명확하고, 원하는 대학에 가면 집을 사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돼지할배’의 활약은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와 코로나19 팬데믹이 맞물리며 심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코로나19 때 학생들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게 되자 맞벌이하는 부모 대신 온라인 접속, 출결, 과제를 관리해줄 전문적인 양육자가 필요해졌다”며 “마침 은퇴해 쉬고 있던 할아버지들이 본인 사회 경력을 살려 직접 손주 교육·입시에 뛰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사용에 능한 이들은 같은 처지의 동년배 중·장년 남성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과학고 입시’ ‘의대 지방 인재 전형’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고 한다.

이들의 또 다른 무기는 경제력이다. ‘돼지할배’ 대부분이 손주 학원비·사설 입시컨설팅비를 본인이 대신 내는데, ‘우회 증여’이기도 하다. 학원비 대납은 증여에 해당하지 않아, 손주들에게 비과세로 재산을 물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연·지연을 기반으로 사회생활을 해온 60대 남성들이 사회에서 인생 이모작을 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손주의 명문대 진학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것”이라며 “베이비붐 세대들이 손주 교육에 몰두할수록 사회 자본 세습이 견고해지고 교육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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