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작은 발전소 활성화 ‘분산에너지법’ 시행…우리집 전기요금 싸질까?

박기용 기자 2024. 6. 1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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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쫌’ 아는 기자들
게티이미지뱅크

A. 요금이 어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바로 답을 드리자면, 살고 계신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호남이나 제주, 동해안처럼 전력 생산량이 소비량을 훌쩍 웃도는 곳이라면 더 싸질 수 있습니다만, 전력의 생산보다 소비가 많은 수도권 지역이라면 오히려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정부 계획은 내년 상반기에 전기요금의 도매가격이라 할 ‘계통한계가격’(SMP)부터 지역별로 차등화한 뒤 2025년부터 각 가정이 부담하는 소매요금의 차등화를 추진한다는 것인데, 전기요금이란 게 워낙 민감한 문제인지라 계획대로 될진 모르겠습니다.

오는 14일부터 ‘분산에너지법’(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됩니다. 분산에너지법은 긴 송전망으로 멀리 떨어진 발전소와 소비자를 잇는 게 아니라, 수요처 인근에서 바로 전력을 생산·공급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법입니다. 이 법 시행을 얘기하면서 왜 전기요금 얘길 하느냐구요? 이 법에 지역별로 요금을 달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처음으로 담겼기 때문입니다. 분산에너지법 45조는 ‘국가균형발전 등을 위해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내 전기요금은 용도별, 용량별로는 차등화됐지만 지역별로 달라지게 되는 건 처음입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특정 지역의 요금을 일방적으로 올리는 식이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더 많이 생산되는 지역에 혜택을 주면 결과적으로 차등화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접근해야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차등화가 단순히 ‘수도권 전기요금 인상’은 아닐 것이란 취지죠.

자료 한국에너지공단

구체안이 나와봐야겠지만, 송·배전 비용은 개인보단 수도권에서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사업자에게 부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이 전력 주요 수요처인 수도권 인근에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중소형 발전소를 늘리고, 대규모 전력 수요는 반대로 지역의 대형 발전소 인근으로 유인하는 효과를 노린 분산에너지법 취지에 맞기 때문이죠. 분산에너지법에 따라 앞으로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전력소비시설을 지을 땐 사전에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게 됩니다. 해당 시설 입주로 인해 그 주변 전력공급 능력이 부족해지지 않는지, 계통혼잡이 우려되지 않는지를 산업통상자원부가 점검해 시설 자체의 인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사후조치까지 하게 됩니다.

최근 조선일보는 10년 전 ‘밀양 송전탑 사태’를 들어 송전망을 제때 마련하지 못해 동해안 핵(원자력)발전소와 호남의 재생에너지가 놀고 있다며 조만간 ‘송배전망발 전력대란’이 올 수 있다는 연재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특정 지역에 핵발전이나 석탄 같은 대형 발전소를 몰아놓고 송전망으로 전력을 수요처로 전달하는 중앙집중식 전력망 사용 시대에는 적용될 수 있는 얘기지만,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전력망 시대로 가자는 추세에는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국내 송전 손실은 3.5%가량입니다. 금액으로 연간 2조원에 가깝습니다. 송전 손실은 송전망이 길이가 늘어날수록 같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고 하죠. 지역의 대형 발전소 주변, 고압 송전망 주변 주민들이 입는 각종 피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아예 전력원을 분산하면 이런 문제가 줄어듭니다. 전력망이 분산되면 대규모 블랙아웃(정전) 우려도 없습니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분산 전원을 활성화하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화석연료 퇴출에도 도움이 됩니다. 재생에너지가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간헐성·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체계(ESS)에 대한 투자도 활성화됩니다.

분산에너지법 기대효과. ‘이엠스’(EMS)는 에너지관리시스템을 뜻한다. 한국에너지공단

가까운 예가 분산에너지 기반의 전기차 충전시설입니다. 2022년 서울 금천구 에스케이(SK)주유소에 문을 연 ‘에너지슈퍼스테이션’을 보면, 주유소 건물 옥상에 300㎾급 연료전지와 20㎾급 태양광 시설이 설치돼 있습니다. 여기서 생산한 전기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데요, 이런 식으로 동네 주유소는 물론 일반 주택도 ‘작은 발전소’가 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전기를 파는 건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국전력공사에만 독점적으로 허용돼 있는데, 분산에너지법에 따라 분산에너지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한전을 거치지 않고도 전기를 사고파는 것이 허용됩니다. 이런 지역과 시설이 늘어날수록 국가 전체적으론 전력망 안정과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이 됩니다.

이제 곧 시행되는 분산에너지법은 전반적으로 중앙집중식 전력망의 문제인 송전 부담을 줄이고, 전기 생산이 많은 지역 주민들의 전기요금을 깎아주고, 전기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를 허용해 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겠단 취지입니다. 또 상대적으로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전력 다소비 시설과 알이(RE)100 기업들의 이전을 유도해 지역균형 발전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 의원은 “독립된 그리드(전력망)를 기반으로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제로 마을’을 곳곳에 만들자는 게 분산에너지법의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기후변화 ‘쫌’ 아는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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