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층 미확인 전북 내륙서 최강 지진…"언제·어디든 판 내 지진 가능성"

이채린 기자,박정연 기자 2024. 6. 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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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이 12일 전북 부안군에서 일어난 지진에 대응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전북 부안군에서 관측 이래 전북 내륙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규모다. 지금껏 단층이 있다고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조사가 더 필요하며 3, 4일간 여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일 오전 8시 26분 49초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점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8㎞로 추정됐다. 기상청은 지진파 중 속도가 빠른 P파를 자동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지진 규모를 4.7로 추정했다가 추가 분석을 거쳐 4.8로 조정했다.

이번 지진은 올해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 지난 2월 22일 경북 칠곡에서 발생했던 규모 2.6 지진과 1월 제주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3.8의 해역 지진을 뛰어넘는 규모다. 국내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5월 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발상한 규모 4.5 지진 이후 약 1년여만이다. 

조은영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 연구관은 "지진 에너지는 거리에 따라 급격하게 감쇄된다"며 "해역에서 발생하는 지진보다 내륙 지진은 주거지와의 거리가 가까워 흔들림 영향을 바로 받기 때문에 건물, 사람 등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내륙 지진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이번 지진의 특징은 지금껏 단층이 있다고 알려지지 않은 전북 내륙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단층은 수평으로 퇴적된 지층이 압력을 받아 끊어진 것으로 지진의 주요 원인이다. 조 연구관은 "이번 지진이 일어난 지역은 지표에 드러난 큰 단층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근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 지진상황대응팀장도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 뚜렷하게 드러나는 구조선이 없고 주거지가 곳곳에 많아 지질조사 자체가 크게 이뤄진 곳은 아니다"라면서 "현재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꾸려진 조사단이 해당 지역을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번 지진은 '함열단층'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함열 단층은 충남 부여에서 전북 부안 변산반도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층으로,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주향 이동 단층이다. 주향 이동 단층은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된 단층을 가리킨다. 지질연은 추가 조사를 통해 함열단층과 이번 지진과의 연관성을 밝힐 예정이다. 

조 연구관은 "12일 오전 10시 기준 여진이 총 11회 일어났다"면서 "며칠 간 한반도에 여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진은 지진이 일어난 지질 특성에 따라 최소 1, 2일부터 최대 한 달까지 나기도 한다. 

다만 한반도의 지진은 '판 내 지진'이라 이번 지진처럼 언제 어디서든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 대만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주요 지진은 대부분 판의 경계에서 일어난다. 판 내부에 위치한 한반도에서는 지진이 지각 내부에 복잡하게 분포한 단층의 재활동으로 일어난다.

인접한 다른 판의 응력을 받게 되면서 지각판 내에 약한 부분이 부서져 발생하는 것이다. 지각 내부에 사람이 파악하지 못한 단층이 많아 한반도에 어떤 단층이 판 내 지진을 일으킬지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조 연구관은 "'경주 지진', '포항 지진' 사례를 비롯해 한반도에서는 내륙, 해역 상관없이 지진이 일어난다"면서 "언제 어디서 지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번 지진과 관련해 현재까지 원자력발전소 등 국내 모든 원자력시설 안전에는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시설인 한빛 원전의 지진계측값은 최대 0.018g이며, 이는 내진설계기준인 0.2g에 못 미치는 값이다. 원전 지진 안전성에는 영향이 없었다. 또한 원안위 지역사무소가 모든 부지의 원전에 대해 긴급 현장 안전 점검을 실시했고 특이사항은 없었다. 
 

[이채린 기자,박정연 기자 rini113@donga.com,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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