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상온 양자컴’ 가능성 열었다

표준연 황찬용·양승모 박사팀
상온서 스커미온 생성·제어 성공
소모전력 낮추고 양자효과 극대화
AI반도체 개발 핵심기술 활용 전망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승모(왼쪽)·황찬용 박사가 2차원에서 구현한 스커미온 소자의 성능을 측정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상온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한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황찬용·양승모 박사 연구팀이 2차원 상온에서 스커미온(Skyrmion)을 생성하고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기존 3차원 대비 소모 전력은 낮추고 양자 효과는 극대화해 상온 양자컴퓨터와 AI 반도체 개발의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될 전망이다.

스커미온은 소용돌이 모양으로 배열된 스핀(Spin) 구조체로, 이론상 수 ㎚(나노미터)까지 줄일 수 있고 매우 적은 전력으로도 이동할 수 있다.

만일 현실에서 스커미온을 자유자재로 만들고 조작할 수 있다면 초저전력·초고성능의 차세대 소자를 개발할 수 있어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표면이 거칠어 스커미온의 효율적인 제어가 힘든 3차원 자석(위)과 표면이 매끄러워 초저전력으로도 스커미온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2차원 자석(아래) 모습[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기존 스커미온 응용 연구는 3차원 자석에서만 진행됐으나, 2017년 2차원 자석이 최초 보고된 이후 2차원 환경에서도 관련 연구가 폭넓게 이뤄졌다.

이는 3차원에 비해 2차원 환경이 갖는 장점 때문이다. 3차원 자석의 표면은 사포처럼 거칠어 스커미온을 동작할 때 마찰(열)과 잡음이 발생하지만, 표면이 얼음같이 매끄러운 2차원 자석에서는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해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다. 2차원에 존재하는 스커미온은 3차원에 비해 크기가 작아 양자 현상이 극대화되는 장점도 있다.

연구팀은 상온의 2차원 자석에서 스커미온을 생성하고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자석 표면에 매우 미세한 전 압과 자기장을 공급해 스커미온을 구현한 후, 생성된 스커미온에 전류를 가해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한 것이다.

실험 결과 기존 3차원에 비해 스커미온 제어에 소비되는 전력이 약 1000분의 1 정도로 확인됐다.

크기도 10배 이상 작아져 안정성·속도 측면에서 대폭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원 스커미온의 상온 발현 기술은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중국에서도 보고되었지만, 발현과 더불어 전기적 제어까지 성공한 사례는 이번이 세계 최초다.

특히 이번 기술은 상온에서 스커미온의 양자 현상을 극대화해 상온 큐비트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 초저온 환경에서만 구동하던 기존 양자컴퓨터의 한계를 넘은 ‘상온 양자컴퓨터’ 개발의 문을 연 것이다.

양 박사는 “최근 AI(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초저전력 반도체 소자의 필요성이 커지는 추세”라며 “이번 개발한 스커미온 제어 기술을 응용하면 차세대 AI 반도체 소자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5월 23일자에 게재됐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