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섣부른 금리인하는 물가 불안 야기…정책비용 더 커져”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2024. 6. 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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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12일 오전 한은에서 열린 창립 74주년 기념식에서 "섣부른 통화완화 기조로의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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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와의 싸움 마지막 구간…리스크는 여전”
한은 직원들에게 “‘똑똑한 이단아’ 돼라” 독려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74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12일 오전 한은에서 열린 창립 74주년 기념식에서 "섣부른 통화완화 기조로의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인플레이션 흐름에 대해 "싸움이 마지막 구간에 접어들었다"고 언급하면서도 "물가의 상방 위험이 커진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제 주체의 고통이 크다는 것을 잘 알지만, 물가가 제대로 안정되지 않으면 실질소득 감소, 높은 생활물가 등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를 너무 늦게 내리면 내수 회복세 약화, 연체율 상승세 지속 등으로 인한 시장 불안이 초래될 수 있지만, 너무 일찍 내려도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웃돈 데 대해서는 "이런 성장 지표 뒤에는 수출과 내수의 회복세 차이가 완연하고 내수 부문별로도 체감 온도가 상이하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외에도 구조개혁을 위한 한은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저출생·고령화, 지역불균형과 수도권 집중, 연금 고갈과 노인 빈곤, 교육 문제, 소득·자산불평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의 현안을 열거한 그는 "우리의 연구영역을 통화정책의 테두리 안에만 묶어둘 수는 없다"며 "한은이 우리나라 최고의 싱크탱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책임감으로 구조개혁 과제에 대해 제언하는 역할을 계속해 나가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은 구성원들을 향해서는 '똑똑한 이단아'가 돼 한은의 혁신을 이끌어달라고 독려했다. 이 총재는 "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 기업혁신의 주체로 주목한 '똑똑한 이단아'는 한은에도 필요한 존재"라며 "논쟁과 비난을 두려워하며 피하기만 한다면 늘 그 자리에 머물 뿐 발전적 변화는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은이 '한은사(寺)'에서 벗어나 '시끄러운 한은'으로 거듭나도록 하자는 것이 취임 때부터 밝혔던 포부"라며 "지식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과 논란은 실력으로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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