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유독 달랐다…야구는 '아재들의 스포츠' 아니었네? [스프]
오랫동안 세계 야구계의 고민은 팬층의 '노령화'였다. 다른 스포츠 경기에 비해 템포가 느리고, 시간이 길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시간이 많은 특성 때문에 야구는 젊은 층에게 갈수록 외면받았다.
자극적이고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콘텐츠가 갈수록 늘어가는 세계에서 야구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졌다. 2017년 메이저리그를 TV로 보는 시청자의 평균 연령은 57세. NBA의 42세, MLS의 40세보다 한참 높았다. 야구가 '노령층의 스포츠'라는 증거 중 하나였다.
[ https://www.colormatics.com/article/sports-fan-buyer-persona/ ]
- 남성 57%, 여성 43%
- 중위 연령 47세
- 가구 소득 7만 5천 불 이상 : 47%
MLB 팬들의 중위 연령 47세는 NBA의 34세보다 무려 13살 높았다. 그리고 평균 소득이 높은 편인 남성들이 주류였다. 즉, 여전히 '남성-고소득-고령층'의 스포츠라는 것이다.
일본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개막 직전에 이뤄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검색 엔진에서 프로야구 관련 키워드 검색자의 70%가 남성, 30%가 여성이었다. 그리고 야구 관련 키워드를 가장 열심히 검색하는 세대는 40대와 50대였다. 최근 일본에서도 젊은 세대, 그리고 여성 팬들의 비율이 과거 대비 다소 늘긴 했지만, 여전히 일본 야구팬의 '주류'는 '40대 이상의 남성'이라는 것이다.
[ https://manamina.valuesccg.com/articles/2333 ]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까지, 이런 통념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야구란 젊은 층에게 인기를 잃어가는, 아재들의 스포츠'
야구장 관중석의 주류는 '20대'다
이미 지난해, 프로야구 티켓 구매자들 중 가장 큰 세대 집단은 20대였다. 33.0%로 30대와 40대보다 8%p 정도 앞섰다. 그리고 20대의 점유율은 올해 더 늘어났다. 지난해보다 5.1p%가 늘어난 38.1%가 20대 관객이다. 그러니까 지금 야구장 관객 10명 중 4명은 20대 팬이라는 것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야구장 객석의 '최대 지분 세대'는 20대가 아니었다. 키움과 두산의 티켓을 판매하는 인터파크의 데이터를 보면, 2019년 전체 티켓 구매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1.8%였다. 35.1%의 30대, 28.3%의 40대에 상당히 뒤져 있었다. 즉, 2019년까지만 해도 한국 프로야구는 일본,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장년층'이 사랑하는 스포츠였던 걸로 보인다. 그런데 불과 5년 사이에 20대 관객의 점유율이 2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입장권을 구단 자체 애플리케이션에서 판매하는 NC 구단의 데이터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담겨 있다. 2022년, NC 구단 티켓 구매자들 중에는 40대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2년 사이에 20대의 점유율이 5.2%p 높아져 '최대 점유율'을 갖게 됐다.
20대가 관객의 주류가 되다 보니, 프로야구 관객의 '중위 연령'도 미국, 일본과 비교해 매우 젊어졌다.
데이터에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성비'다
티켓링크 데이터를 보면, 이미 지난해부터 티켓 구매자 중 여성의 비중이 50.7%로 남성을 앞질렀다. 그리고 그 격차는 올해 더 커졌다. 여성 관객의 비중이 3.7%가 높아져 54.4%에 이르렀다. 남성 관중보다 9%p 가까이 많다. 관객 100명 중 55명이 여성, 45명이 남성이라는 거다.
특히 20대 여성의 점유율이 돋보인다. 올 시즌 전체 관중의 23.4%가 20대 여성이다. 지난해에도 19.6%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점유율이 3.8%p 더 높아진 것이다. 모든 세대·연령 집단 중 가장 점유율 증가 폭이 컸다.
2019년 치부터 제공해 준 인터파크의 데이터를 보면, 20대 여성 관객의 증가 추이를 알 수 있다. 2019년 전체 티켓 구매자 중 20대 여성의 점유율은 17.9%, 이후 해마다 높아져 올해는 25%에 육박했다. 즉, 지금 야구장 관객 4명 중 1명은 20대 여성이다.
티켓 판매 대행업체들로부터는 개별 구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데이터를 받았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 구단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워낙 놀라운 경향을 보였고, 구단에서 기사로 다루는 걸 흔쾌히 허락해 줬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성훈 기자 che0314@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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