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안전지대 전북서 올해 최대 규모 4.8 지진… “여진 일주일 이어질 수도”

홍아름 기자 2024. 6. 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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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규모 4. 5 동해지진 이후 최대 지진
함열 단층이 원인으로 추정, 시추해야 확증
전문가들 “지진 드문 곳이나 특이하지는 않아”
12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인접 지역에 있는 군산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다./전북교육청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전라북도 지역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대부분은 동해안이나 동남권에서 발생했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전북은 가장 최근에 발생한 지진이 10여 년 전일 만큼 지진이 드문 곳이다.

기상청은 12일 오전 9시 26분쯤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이 발생한 지표면인 진앙지는 행정구역은 전북 부안군 행안면 진동리다. 진원 깊이는 8㎞로 추정된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초기 지진 규모를 4.7로 추정했다가 이후 4.8로 조정했다. 리히터 규모는 지진을 일으킨 에너지의 절대적인 크기를 가리키는 수치다. 지진의 규모와 에너지의 상관관계 수식에 따르면 리히터 규모가 1이 늘 때마다 지진을 일으킨 에너지가 32배 커진다.

이번 지진은 기상청이 지진 계기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16번째로 강한 지진이었다. 리히터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건 작년 5월 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4.5 지진이 발생한 지 1년 1개월 만이다. 2016년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과 1 차이가 났다. 경주 지진이 이론적으로 이번 지진보다 32배 더 강했다는 의미다.

지진으로 어느 정도 피해가 있을지 따질 때는 규모보다 진도를 본다. 규모가 지진 자체의 에너지를 의미한다면 진도는 지진으로 해당 지역의 땅이 흔들린 정도를 알려준다. 전북 지역에서 최대 계기진도는 5로 ‘거의 모든 사람이 느끼고 그릇·창문이 깨지는 정도’의 흔들림이 있는 수준이다. 전남은 계기진도가 4, 경남·경북·광주·대전·세종·인천·충남·충북도 3으로 추산됐다. 사실상 거의 전국에서 지진 발생을 느낄 수 있었다는 의미다.

◇지진 빈도 낮아 단층 조사 부족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전북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전북 내륙은 지진이 드문 편이고, 국내에서 발생 빈도가 낮은 지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며 “과거 지진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근에는 발생 빈도가 낮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12일 오전 8시 26분 49초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점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다고 기상청이 밝혔다./기상청

김근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 지진상황대응팀장도 “전북 내륙에서 지진이 발생한 건 드문 사례”라며 “가장 최근에 (전북 내륙에서) 발생한 사례는 2015년 12월 22일에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규모 3.9(기상청 기준) 지진이었다”고 말했다.

전북 지역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지 않은 탓에 단층 조사도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지진은 지질층이 엇갈린 단층에서 발생한다. 정부는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경주지진 이후 전국적인 단층 조사에 착수했다. 1단계로 2021년까지 동남권에서 단층조사를 진행해 2023년 1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전라권은 3~4단계 조사 지역에 포함돼 있어서 2036년 이후에야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홍 교수는 “부안 같은 곳은 과거에 지진이 나서 따로 조사가 된 단층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지진도 어떤 단층이 원인이라고 딱 집어서 이야기하기가 좀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일대에 분포하는 함열 단층이 이번 지진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도 있다. 국가활성단층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부안 쪽으로 빠지는 함열 단층이 있는데 이 단층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2015년 익산 지진의 원인이었던 십자가 단층과는 다른 단층”이라고 설명했다.

◇함열 단층이 원인…“사람 감기 수준”

함열 단층은 충남 부여에서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까지 이어지는 단층이다. 수평으로 움직이는 주향이동 단층인데,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 확인된 단층은 함열 단층이 유일하다. 지질연 김근영 팀장은 “함열 단층 분포가 이번 진앙지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단층 조사는 땅이 갈라져 있는 걸 눈으로 보고 구조선을 파악하는 정도”라며 “실제로 땅을 파고 단층이 일어난 흔적을 확인해야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큰 지진 이후 계속 발생하는 작은 지진인 여진은 앞으로 일주일 정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9시 50분 기준으로 이미 11차례 여진이 발생했다. 다만 여진의 규모와 계기 진도가 모두 1 수준이라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순천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은 “규모 4.8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조그마한 지진이 하나 있었다”며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이면 여진이 일주일 이상 갈 수도 있는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북 지역이 지진이 드문 곳이지만, 이번 지진 자체는 특이점은 없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규모 3~4의 지진은 어느 지역에서나 일어날 수 있어 사람으로 치면 감기에 걸린 정도로 보면 된다”며 “최근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진 관측 기술이 발달한 덕분도 있고 장기적으로는 일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미소 지진이 급증했다가 서서히 안정화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지진 발생 인근에 영광 한빛원전이 있지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아무런 문제 없이 가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현재 가동 중인 발전소는 정상운전 중에 있다”며 “한빛원전에서 지진 계측값이 최대 0.018g(중력가속도·G-force)로 계측됐으나 발전소에 미친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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