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아들 '유죄'…美 초유의 '사법리스크' 대선

송영찬 2024. 6. 12. 11: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차남 '총기 불법소유' 유죄 평결
데이비드 웨이스 미국 특별검사가 1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 차남의 유죄 평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이 불법 총기 소유 혐의 관련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 자녀가 중범죄 혐의로 유죄를 받은 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자녀까지 유죄 평결을 받으며 미국 대선이 유례없는 사법리스크 암초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아들 '유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가운데)이 어머니 질 바이든 여사(왼쪽)과 아내와 함께 법정을 빠져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 바이든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헌터 바이든은 2018년 10월 자신이 마약 중독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권총을 구매 및 소지한 혐의로 데이비드 웨이스 특별검사에 의해 지난해 기소됐다. 데이비드 웨이스 특별검사는 유죄 평결에 대해 “미국에서는 누구도 법 위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평결로 헌터 바이든은 최고 25년 징역형과 75만달러(약 10억3000만원)에 달하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의 형량 선고 날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평결 120일 뒤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11월 대선을 한 달여 앞둔 10월 초에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폭력적 상황에 연루되지 않은 초범이 심각한 수준의 징역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틀째였던 이날 심리는 3시간5분만에 끝났다. 헌터 바이든은 배심원단이 평결을 읽을 때 정면을 응시한 채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고, 평결 직후 변호사와 포옹한 뒤 아내와 함께 법정을 떠났다. 당초 법정에 참석하기로 했던 질 바이든 여사는 유죄 평결 때 법정에 도착하지 못했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여사는 아들이 법정을 떠날 때 만나 손을 잡았다. 헌터 바이든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결과에 실망하기보다는 가족과 친구들이 보여준 사랑과 지지에 대해 더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美 대선, 고령 논란 이어 사법리스크까지 점입가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공군기지에서 차남 헌터 바이든을 끌어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현직 대통령의 자녀가 형사 기소돼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여기에 헌터 바이든은 탈세 혐의로도 기소돼 오는 9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탈세 혐의의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훨씬 클 수 있다는 점이다. 헌터 바이든은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홀딩스 임원으로 영입돼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화당은 이 의혹 해소 등을 이유로 하원에서 탄핵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성추문 입막음 돈 관련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공정한 재판을 받은 것”이라며 비판해왔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일부 경합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1%포인트씩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차남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해서 커지며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과거 헌터 바이든의 각종 의혹을 바이든 대통령의 부패 문제로 공격했던 공화당은 불법 총기 소유 혐의 재판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는 대신 이날 “이번 재판은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천만달러를 긁어모은 바이든 범죄 일가의 진짜 범죄에서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성명을 냈다. 이어 “부패한 바이든의 통치는 11월 5일 모두 끝날 것”이라며 “다시는 어떤 바이든도 사익을 위해 정부 접근 권한을 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월 대선이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헌터 바이든이 유죄를 받더라도 사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나는 대통령이지만 동시에 아버지이기도 하다”며 “부인과 나는 아들을 사랑하며 오늘날의 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재판의 결과를 수용하며 헌터가 항소를 고려하는 동안 사법적 절차를 계속해서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